14살 때 소녀가 소년에게 시집왔을 때 소년은 3년간 부부관계를 전혀 하지 않았다고 한다. 어린 소녀를 위한 배려였다.
결국 소녀가 먼저 소년에게 안겼다. 이후 둘은 손을 꼭 잡고 절대 놓지 않았다.
둘 사이에서는 12명의 자식이 있었다. 하지만 6명은 병과 전쟁 통에 잃고 말았다. 무사히 자란 육남매가 가끔씩 찾아와 소년과 소녀를 즐겁게 해줬다.
하지만 소년은 아프다. 특히 기관지가 좋지 않았다. 밤마다 소년은 허공을 향해 연신 기침을 해댔고, 그런 소년을 소녀는 늘 걱정스럽게 쳐다봤다.
병원도 가봤지만 많은 나이 탓에 더 이상 약이 듣지 않았다.
하지만 소년은 오히려 소녀 걱정이다. 소녀는 무릎 관절이 좋지 않았다.
아직도 주사를 무서워하는 겁 많은 소녀를 위해 소년은 아픈 몸을 이끌고 멀리 있는 병원에 소녀의 손을 꼭 잡고 동행했다.
그리고 주사를 맞는 동안 소녀의 곁을 지켰다.
며칠 뒤 소년은 차가운 주검으로 변해 상여에 몸을 뉘였다. 곡소리가 울려 퍼지는 마당 한 켠에서 소녀는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소년이 뒷산에 묻히던 날 하늘에서는 하염없이 눈이 내렸고, 소녀는 울면서 소년의 무덤 곁을 홀로 지켰다. 추울까봐, 무서울까봐 연신 소년에 대한 걱정을 토해냈다.
하지만 슬픔은 그리 길지 않을 것이다. 슬픔에 익숙해지거나 소년이 잊혀져서가 아니라 소년을 다시 만날 날이 멀지 않았기 때문이다.
님은 결국 강을 건너고 말았다. 허나 드넓은 강도 소년과 소녀의 사랑을 가로막을 수는 없었다.
2014년 11월27일 개봉. 러닝타임 86분.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