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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와리'중에 연애도?…수습기자가 말하는 '피노키오'



<SBS드라마 '피노키오' (SBS 제공) 2015.1.10/뉴스1 © News1>


일주일내내 옷 한벌…핸드폰 알람에 깜짝, 하루종일 긴장



경쟁사 수습기자인 하명(이종석)과 인하(박신혜)는 같은 경찰서에서 '하리꼬미'(경찰서 기자실에서 먹고 자며 취재하는 것)를 하며 기자생활을 시작한다. 경찰에 문전박대를 당하면서도 꿋꿋하게 견뎌낸다.


이들은 선배들의 지시를 받고 '마와리'(배정받은 경찰서 등을 돌며 사건사고를 챙기는 것)를 돈다. 팍팍한 수습기자 생활 속에서도 서로를 향한 감정을 확인하며 알콩달콩하게 사랑도 한다.

요즘 사회부 수습기자들의 삶을 다룬 SBS 수목드라마 '피노키오'가 인기다. 그런데 이런 '달달한' 로맨스가 드라마 밖 현실에서도 가능할까. 

기자로서 첫 발을 내딛은 <뉴스1> 사건팀 두달차 수습기자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SBS드라마 '피노키오' (SBS 제공) 2015.1.10/뉴스1 © News1
◇ 현장에서 생기는 애틋함? 인사만 할 뿐 

새해를 맞아 광화문광장 취재에 나섰던 지난해 12월31일, 자정이 다가오자 카운트다운 소리가 들렸다. 제야의 종이 울리고 환호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을 놓치지 않으려 취재에 집중했다.

순간 대형 전광판에 키스를 하는 한 연인의 모습이 크게 잡혔다. 취재 중이란 사실을 잊고 분위기에 이끌려 2~3초 동안 멍하게 전광판만 바라봤다. 서로 안고 입맞춤을 하는 연인들이 무척 부러웠다.

옆으로 고개를 돌리는 순간 다른 회사의 여자 수습기자와 서로 눈이 마주쳤다. 며칠간 머리를 감지 못해 머리에 생긴 까치집도, 일주일째 같은 옷을 입고 있는 모습도 비슷했다.

한동안 우리는 서로의 처지가 가여웠던 듯 눈인사를 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고 취재내용을 보고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혼자 광장을 빠져 나왔다. 

힘든 현장에서 함께 하다 보면 서로 애틋함이 생길 법도 하지만, 현실은 전혀 다르다. (정재민 기자)

◇ 쳥결보단 잠이 우선…박신혜·이종석 같은 수습 없어 

새벽에 마와리를 돌아야 하는 사건팀 수습기자는 늘 잠이 부족하다. 조금이라도 더 자려면 씻는 건 포기할 수밖에 없다. 머리를 매일 감거나 샤워를 하는 건 엄두도 내지 못한다.

마와리를 돌기 시작하면서 개인위생을 신경쓰지 않게 됐다. 날씨가 춥고 씻을 만한 곳이 마땅치 않다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일주일내내 옷 한벌로 버티기도 했다.

다른 회사 동기들도 마찬가지였다. 마와리 하루 만에 다른 사람이 된 기자를 못 알아봤고 예뻐서 호감을 가졌던 방송기자가 3일 만에 '인간미'를 보여주자 크게 실망도 했다.

씻을 시간이 부족하다는 말에 경찰은 자신의 세면도구와 수건을 내주기도 했다. 그 마음이 고마웠지만 한편으로는 놀림감이 된 건 같아 얼굴이 화끈거렸다.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 피노키오 속 박신혜와 이종석은 머나먼 이야기일 뿐이다. 현실 속 수습기자 세계에서는 로맨스보다 '전우애'가 더 현실적이다. (권혁준 기자)

 

윤수희 뉴스1 사건팀 수습기자. © News1 허경 기자
◇ 휴대전화 알람소리에도 '깜짝'…하루종일 긴장, 긴장, 긴장 

"띵동" 핸드폰 알람이 울린다. 선배 전화를 놓친 건 아닌지, 선배가 나무라는 내용이 담긴 메시지인지 알림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쿵쾅거린다. 기자가 되기 전에 아무렇지도 않았던 소리에 이제는 늘 신경을 곤두세운다.

"띠리릭" 배터리 경고소리도 무섭다. 핸드폰 배터리 용량이 점점 줄어들 때마다 기분이 조마조마해진다.

수습기자 생활 처음에 배터리 하나로 버티던 동기 기자는 핸드폰이 꺼져 주변에 통화를 구걸하고 선배한테 한참 동안 구박을 받으며 하루를 보내는 걸 옆에서 본 적도 있다.

선배한테 연락이 올까봐 하루종일 스마트폰을 손에서 떼지 못한다. 

씻을 때도 혹시나 하는 두려움에 화장실 세면대 위에 핸드폰을 올려놓는다. 다른 회사에서 나온 기사에 물 먹을까봐 시간대별로 계속 기사를 검색한다. (윤수희 기자)

◇ 사건 안 주는 경찰…팁은 바로 '사탕' 

"제대로 돈 거 맞아? 경찰서에 사건이 없을 리 없잖아"

경찰서를 돌고 난 후 제대로 된 사건을 보고하지 못하면 전화기 속으로 1진 선배의 꾸지람이 또 시작된다. 분명 조사받는 사람도, 사건도 없는데 하는 생각에 전화를 끊고 나면 한숨부터 나온다.

선배의 구박만큼이나 무서운 건 또 있다. 어떻게든 사건사고를 파악하려면 경찰서 형사과를 들어가야 하는데 아예 문조차 안 열어주는 곳이 허다하다. 조사받는 사람이 없어도 마찬가지다.

그럴 땐 형사과 사무실 앞을 막고 있는 손톱만한 구멍에 입을 대고 "반장님"하고 애교 섞인 목소리를 낸다. 그래도 문이 열리지 않으면 그 앞에서 무작정 '뻗치기'를 한다.

불쌍한 표정으로 한참 앉아 있으면 형사들이 문을 열어주기도 한다. 이 때를 기회라고 생각해 미리 준비한 사탕을 형사들에게 나눠준다. 형사들은 "뇌물 아니냐"며 눈을 흘기기도 하지만 사탕을 핑계 삼아 말 한마디 더 나눌 수 있다. 

나중에는 사적인 이야기도 나눌 정도로 가까워진 형사반장과 사탕을 먹으며 당직선배의 흉을 보기도 했는데 어떤 게 더 달콤했는지 모를 지경이었다. (양새롬 기자)

양새롬 뉴스1 사건팀 수습기자. © News1 안은나 기자
◇ "여자친구한테 연락할 시간이 없어"…수습의 고민 

"1년 만난 여자친구랑 헤어졌어." 

새벽에 마와리를 돌던 중 다른 회사 동기 기자가 담배를 피우다 툭 하고 내뱉었다. 동기는 경찰서 구석진 곳에서 눈물을 애써 참으며 선배한테 보고할 거리를 적어 내려갔다.

선배 기자들은 수습기간을 커플들의 지옥 또는 오작교의 까마귀와 까치들이 날아가는 시기라고 표현한다. 동기의 여자친구는 수습기자의 살인적인 스케줄을 이겨내지 못했다.

2년 만난 여자친구가 있지만 얼굴을 못 본지 한 달이 넘었다. 늘 보고 싶지만 일하느라 잊고 지내는 시간이 많아 미안하다. 

동기처럼 이별통보를 받지 않으려면 잘 해야하는데 쉽지 않다. 여자친구와 통화 중에 혹시나 선배의 전화를 못 받을까봐 전화 걸기도 무섭다. (김일창 기자)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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