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건주에 사는 한인 임성수씨가 한국어의 어원을 풀이해주는 <말뿌리 공부>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임씨는 한국 인하대와 한양대 대학원에서 국어학을 전공했으며 현재 포틀랜드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민 생활을 하면서 모국어의 어원을 공부하는 <말뿌리 공부>에 독자 여러분의 성원을 당부 드립니다/ 편집자註]
한글 교재를 보면 ⌈이, 그, 저⌋를 가깝고 먼 곳의 거리감에 따라 설명해 왔다. 너무 안이한 설명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주관이 개입한 화자(話者)의 관점
그 - 話者와 청자(聽者)의 상호 인정한 관계 속에 놓여 있는 관점
저 - 화자와 청자의 인지 밖의 관점으로 설명해야 한다.
예를 들면
1) 이 사람 믿어 주세요(노태우, 보통사람)
이 사람(노태우)이 나를 잘 알고 증명할 수 있는 관점이다.
2)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이산가족)
이 사람은 아직까지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상태이다.
3) 비가 오면 생각나는 그 때, 그 사람
심수봉 노래에 등장하는 인물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나와 상대방은 이미 알고 있는 관점이다.
4) 그 때 그 시각은 아무도 모른다.
성경에 등장하는 최후의 순간을 나와 너는 그때와 그 시간이란 말로 대신한다.
5) 이 세상을 떠나 저 세상으로 가셨습니다.
저 세상은 나와 네가 경험하지 못한 세계, 곧 하늘나라이다.
6) 저 푸른 초원 위에
가수 남진 노래의 ‘저 푸른’은 나와 네가 가보지 못한 상상 속의 세계이다.
우리말에서 ⌈이⌋와 ⌈그⌋는 관계 설정이 중복되는 말하는 ⌈나⌋ 때문에 단어 형성에서 함께 할 수 없지만, ⌈저⌋는 중복되는 의미가 겹치지 않으므로 단어를 ⌈이⌋나 ⌈그⌋와 자유롭게 형성할 수 있다.
예) 이러쿵저러쿵, 그럭저럭, 이리저리(O)
이러쿵그러쿵, 이럭그럭, 이리그리(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