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ㅂ)니다
17세기 捷解新語를 보면 ‘‘ㅅ ⟶ △ ⟶ ◯’, ‘ ⦁⟶ ㅡ ’의 변화는 ‘삷다(白)’의 ‘삽/습’이 ‘압/읍’으로 되는 과정을 읽게 된다.
귀한 禮物을 가춍이 읏듬으로 너기오니 그리아'압'소 <첩해신어 9,11>
재내네도 이제란 이가티 다 자'압'소 <첩해신어 3,10> (' ' ㅏ는 ⦁의 표기입니다)
우리말에서 ‘-습니다’는 ‘-ㄴ(는)다’와 더불어 가장 적극적인 글말일치의 맺음형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타동사 어미로서 객체존칭, 즉 객체에 대한 말하는 사람의 겸양을 나타내었었다.
다 모다 길 길삽거니 <月印釋譜 21, 203>
王을 請하삽노이다 <月印釋譜 8, 58>
경전을 시러 듣잡고 <金剛經諺解 74> (밑줄 ㅏ는 ⦁의 표기입니다)
‘삽/잡’의 어음론적 변이형은 ‘삽/사옵/사오/사/오’에 의해 재편성된 -삽나이다/사옵니다/사오이다/사이다/옵나이다/오니다‘의 형태를 보이게 되는 것이다.
이후 17세기 들어와 문법적 자립성을 잃게 되면서 존대의 ‘-시’, 시제의 ‘-었/았’ 뒤로 밀려나는 현상을 가져오게 되었다. ‘-삽(시,엿)나이다 ⟶ -(시,엿)삽나이다 ⟶ -(시었)습니다’의 역사적 과정을 밟게 된 것이다. 그리고 ‘하시었습니다’와 같이 ‘-시, 았/었’의 뒤로 오늘날 밀려나게 되었다.
청자를 존칭하던 ‘-이-’도 ‘-나-’와 어음론적인 결합을 거쳐 ‘나이 ⟶ ㄴ이 ⟶ 니’로 됨에 따라 결국 마침형 ‘-습(ㅂ)니다’로 재탄생하게 된 것이다.
20세기 초 구한말 지역 신문이 등장하며 지금까지 써오던 구어체 ‘-해(라), -하사이다’의 언어생활이 통일된 ‘글말일치’가 되면서 ‘-습니다’ ‘-ㄴ(는)다’는 시대적 요청에 의해 자연스레 등장한 역사적 산물이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