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세계의 경찰이 되기를 거부했고, 이를 뒷받침해왔던 글로벌 동맹체제의 존재도 함께 무시했다.
김 교수는 이 같은 변화 속에서 미국의 동맹국과의 관계는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수단이 되고 말았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구했던 일방적 고립주의와 보호무역주의로 전통적 미국의 역할은 멀어졌다. 이와 함께 미국과 동맹관계에 있던 국가들과도 틈이 벌어졌다.
동아시아에서 한국은 다른 어떤 국가보다 주된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 대상이었다. 한국은 방위비 분담금 13% 인상안을 제시했지만, 미국은 50% 인상을 요구했다.
한국은 주한미군마저 철수할 수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에 적잖은 충격과 함께 위기감을 느꼈으며, 군사적 독립과 군사력 증강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일본에도 방위비 분담금을 늘리는 협상을 진행했다.
그는 유럽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에 대해서도 나토 탈퇴를 위협하며 방위비 분담금을 증액하라고 압박을 가했다.
특히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에 대해서는 나토 분담금을 내지 않은 채 미국의 안보 능력에 무임승차한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그는 지난해 6월 주독 미군 규모를 감축하겠다고 밝혔고, 7월에는 미 국방부가 독일 주둔 미군 3만4500명 중 1만1900명을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인 행보에 미국은 전통적인 동맹국들과의 관계에 균열이 생겼고, 글로벌 패권국으로서의 입지에도 빈틈이 생겼다.
급성장하는 경제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패권을 쥐려는 중국이 이 빈틈을 비집고 발호하며 미국에 맞서는 존재로 부상했다.
미국은 이러한 중국에 대해 25%의 관세 폭탄을 안기며 중국과 무역전쟁을 개시했다. 중국 역시 보복 관세로 맞섰다.
미국과 중국 양국은 지난해 1월 1차 무역협정을 체결하며 무역전쟁은 일단 쉼표를 찍었다. 하지만 미중 간 갈등은 첨단기술 분야로 번지며 다시 확전되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대유행은 미중 관계의 분기점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 대응에 실패했으나, 코로나 조기 방역에 성공한 중국은 경제 회복세가 미국을 앞지르고 있다.
영국 싱크탱크 경제경영연구소(CEBR)는 중국이 예상보다 5년 더 빠른 2028년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의 경제 대국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위안화 강세에 미 달러화는 2017년 이후 가장 약세를 보이고 있다. 위안화가 준비통화(reserve currency)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4년은 미국이 동맹 관계 와해 위기로 글로벌 패권을 잃고 경쟁국인 중국이 미국에 대항하는 새로운 패권국으로 부상한 시기였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