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서문시장, 치솟는 물가에 장보러 나온 시민도 상인도 한숨
민족 대명절인 추석을 1주일여 앞두고 장바구니 물가가 심상치 않다.
올 여름 내내 계속된 역대급 폭염과 가뭄, 집중강우 등으로 농산물 작황이 좋지 않아 가격이 크게 치솟으면서 서민들의 주머니가 좀처럼 열리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내수시장은 '추석 특수'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며, 전통시장 상인들은 '대목이 실종됐다"고 아우성이다.16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에 따르면 올해 추석 차례상은 4인 가족 기준 30만원 가량으로 지난해(24만9000원)보다 20% 증가했다.16일 오전 찾은 대구 중구 서문시장.추석 대목을 맞아 시장통에는 오가는 사람들로 붐볐지만 주부들의 장바구니에는 제수용품보다 빈 공간이 더 많았다.
가격을 묻고 에누리를 하는 고객과 상인의 흥정하는 모습도 종종 눈에 띄었지만 구매로 이어지는 모습을 보기는 어려웠다.채소가게를 둘러본 주부 김미영씨(46·대구 남구 남산동)는 "품질이 좋은 배추 한포기에 1만원이 넘는다. 농산물 가격이 안정세로 돌아섰다지만 채솟값이 워낙 비싸 값이 내려가도 전혀 체감할 수가 없다"며 "배추 한 포기, 파 한단을 사는데도 신중을 기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채소상인 박분례씨(67·여)는 "올 여름 농산물 작황이 워낙 좋지 않아 배추뿐 아니라 모든 채소가 다 비싸다"며 "배추는 물량도 없어 최상품은 포기당 1만5000원가량 한다"고 했다.박씨는 점포 한쪽에 쌓아놓은 잎이 시든 배추를 가리키며 "저것들도 포기당 1만원씩 한다"고 덧붙였다.그는 "추석 물가는 뛰고 손님은 없다보니 올해도 추석 대목을 느낄 수 없다"며 "아직 마수걸이도 못한 집이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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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을 일주일 여 앞두고 서민들의 장바구니 물가가 얼어붙고 있다. 16일 오전 대구 서문시장 해산물 점포 앞에서 상인들이 제수품을 손질하고 있다. 2018.9.16/뉴스1 남승렬 기자© News1 | 생선가게에도 주부들의 발길이 이어졌으나 상당수는 값만 물어볼 뿐이었다.상인들이 굴비, 돔, 문어 등의 해산물을 번쩍 들어보이며 고객들의 눈길을 잡으려 애썼지만 주부들의 입에서는 "비싸다"는 말만 나왔다.주부 박모씨(61)는 "차례상에 올리려면 사긴 사야하는데, 너무 비싸 다른 곳도 둘러본 후 결정해야겠다"며 발걸음을 옮겼다.딸과 함께 제수품을 사러 나온 이순남씨(71·여·대구 서구 내당동)의 장바구니는 시장을 다닌 2시간 가량 텅 비어 있었다.이씨는 "추석이 다가오면 제수용품이 더 비싸질 게 뻔해 오늘 장을 봐야 하는데 비싸도 너무 비싸 아직 아무 것도 사지 못했다. 조상님 뵙기가 죄스럽다"며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이날 둘러본 대구 서문시장의 체감물가는 추석을 목전에 두고도 여전히 불안정했다. 서민경제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전통시장 현장에서는 "비싸서 장 보기가 겁이 난다"는 고객들의 반응이 주를 이뤘고, 상인들은 "손님들의 지갑이 너무 열리지 않는다"는 하소연이 터져나왔다.한편 물가 잡기에 나선 대구시는 제수용품을 포함해 쌀, 고춧가루, 식용유, 사과, 무, 배추, 돼지고기, 달걀, 고등어 등 32개 품목을 지정해 중점 관리하고 있다.또 추석까지 물가 상황을 계속 모니터링하고, 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공공요금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기로 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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