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렌트 70달러 돌파…'호르무즈 폐쇄시 WTI 100달러'
'닥터 둠' 루비니 "지정학적 위기 세계 불황 우려"
미국과 이란 사이에 군사 충돌 위기가 고조되면서 국제유가가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상승했다. 산유국인 이라크와 이란에서 전운이 고조되자 공급 리스크가 불거진 탓이다. 이를 두고 경기후퇴의 전조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NHK 등에 따르면 5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2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는 시간외거래에서 장중 배럴당 64달러대까지 상승했다. 지난해 4월 이후 약 9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3월 브렌트유도 배럴당 70달러를 돌파했다. 유가가 70달러선을 웃돈 것은 지난해 9월 이후 처음이다. 지난 3일 미국이 이란 군부실세인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를 살해하기 전보다 6% 넘게 뛰었다.
원유시장 관계자는 이날 NHK에 "중동 정세의 긴박함으로 국제유가는 당분간 고공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원유의 중요한 수송 루트인 호르무즈 해협 주변 등에서 전운이 고조될 경우 유가는 급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 경제산업연구소의 후지타 카즈히코 선임연구원도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이라크에 친이란 정권을 수립하려던 솔레이마니가 살해되면서 이라크 무정부 상태가 심화될 수 있다. 이라크의 정세 불안이 고조될 경우, 배럴당 60달러대인 WTI가 100달러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특히 고유가에 불이 붙으면, 미국과 중국의 무역 낙관에 힘입어 회복세를 보이던 세계 경제가 역회전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니혼게이자이는 '귀문'(鬼門·꺼리고 피해야 하는 방향)이라는 표현까지 쓰며 "미국은 경기후퇴 직전에 원유 급등이 나타난다. 휘발유 가격 급등이 가계를 압박해 미국 개인 소비가 얼어붙어 경기 악화를 불러왔다"고 설명했다.
니혼게이자이는 또 '닥터 둠(Dr. doom)'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를 인용해 "2020년 지정학적 긴장이 유가를 급등시키며 세계 경제를 불황으로 몰아넣을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과 이란의 보복이 중동 전면전의 불쏘시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