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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2-20 00:25
"연탄봉사도 '그병' 때문에 안온대"…쪽방촌 이씨는 콜록거렸다
 글쓴이 : 시애틀N
조회 : 3,413  

춥고 배고프고 못씻고…코로나 무방비로 더 혹독한 겨울
후원·봉사 줄어 속수무책…무료급식소 닫아 의식주 위협


"덜 추울 땐 씻을 수가 있는데 한겨울엔 못 씻어요 추우니까. 그래서 냄새나죠…."


서울의 체감온도가 영하 14도까지 떨어졌던 지난 16일. 서울 영등포구 쪽방촌에서 만난 이모씨(64)는 연신 콜록거리면서 연탄을 갈았다. 패딩을 입고 목도리와 장갑으로 완전무장했지만 한파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추위를 피해 이씨의 집 안으로 들어갔지만 온기가 없긴 마찬가지였다. 이씨는 이곳 쪽방촌에서 30년을 살았다. 그는 말을 하는 내내 추위를 떨치려고 발을 동동거렸다. 이씨는 "연탄이 모자라 사야 한다"며 "연탄 봉사도 '그 병' 때문에 안오려고 한다더라"고 말했다.

◇봉사자 줄어 연탄창고 텅텅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한파까지 몰아치면서 쪽방촌이 힘겨운 겨울을 나고 있다. 코로나19로 봉사활동이 줄고 무료급식소 이용도 어려워져 기본적인 의식주조차 챙기기 어려운 상황이다. 집들이 붙어있는 구조 탓에 코로나19 감염 위험에도 그대로 노출돼 있다.

서울 영등포구 쪽방촌의 한 연탄창고에 연탄이 40여장 쌓여있다. 쪽방촌 주민 김모씨는 "작년에는 100장이 넘게 쌓여있었는데 지금은 4일치도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2020.12.16 © 뉴스1 이밝음 기자

"작년엔 여기에 100장 넘게 쌓여있었는데, 지금은 4일치도 안 남았네."

영등포 쪽방촌에서 3년째 사는 60대 김모씨는 연탄 창고를 열어서 보여줬다. 새까만 연탄 40여 개가 쌓여있었다. 김씨가 사는 쪽방 건물의 연탄 아궁이에는 하루 동안 연탄 12개가 들어간다. 하지만 김씨는 날씨가 많이 춥지 않으면 연탄을 6개만 넣는다. 그는 "나눠주는 연탄이 작년보다 줄었으니까 절약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영등포역 고가차도 아래에서는 쪽방촌 주민들이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연탄을 나르고 있었다. 쪽방촌 주민들까지 연탄을 나르는 건 작년까지 볼 수 없던 풍경이다.

예년 같으면 봉사자 30~40명이 와서 함께 했겠지만 코로나19로 봉사자 수가 부족해졌다. 이날은 봉사자 10명과 상담소 직원들, 쪽방촌 주민들이 힘을 모아야 했다. 일손이 모자란 탓에 리어카에 연탄을 옮겨 담고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지나 집집마다 나눠주기까지 허리 한 번 펼 틈이 없었다. 

연탄을 나르던 김형옥 영등포쪽방상담소장은 "연탄 후원이 들어와도 나눠줄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12월에는 집집마다 연탄이 꽉 차있어야 하는데 예년에 비해 50% 정도만 쌓여있다"며 "이번주 토요일에도 5000장을 나르기로 했는데 봉사가 취소돼 어떻게 나를지 걱정이다"고 한숨을 쉬었다. 

다른 쪽방촌들은 상황은 비슷하다. 허기복 연탄은행 대표는 "연탄 봉사는 12월 들어서만 20건 정도 취소됐고 후원도 하기로 했다가 안 하는 경우가 많다"며 "연탄으로 겨울을 나는 쪽방촌은 하루 5장 써야 하는 연탄을 3장에 의지하는 식으로 자구책을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 쪽방촌 주민들이 연탄을 나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자원 봉사자가 줄어들어 쪽방촌 주민들이 함께 연탄을 날라야 한다. 2020.12.16 © 뉴스1 이밝음 기자

◇코로나19 감염 사각지대

쪽방촌은 코로나19 감염에도 무방비 상태다. 고령자가 많은 데다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고 화장실 등 함께 쓰는 공간도 많다. 감염자가 한 명이라도 생기면 급격하게 확산될 수 있는 구조다. 노숙을 하다가 겨울에만 잠시 쪽방촌에 머무르는 사람들도 늘기 때문에 감염 경로를 추적하기도 어렵다. 감염자나 밀접 접촉자가 발생하면 격리할 공간도 마땅치 않다.

이런 탓에 봉사자가 온다고 해도 고민이 많다. 김 소장은 "젊은층은 무증상 감염자도 많아서 외부에서 바이러스를 가지고 들어올까 걱정이다"고 말했다.

다행히도 마스크와 손 소독제 등 방역물품은 꾸준히 공급되고 있었다. 서울시는 올 하반기에만 영등포쪽방상담소에 마스크 4만장을 지원했다. 상담소에서는 쪽방촌 주민들에게 2주마다 마스크를 10장씩 나눠주고 있다.

다만 일부 주민들은 여전히 마스크 하나를 며칠씩 쓰고 있었다. 쪽방촌 주민 김씨는 "마스크를 받긴 하는데 매일 바꿔 쓸 정도는 아니다"며 "깨끗하게 쓰는 사람은 3~4일도 쓰고 하나 가지고 5일씩 걸치는 사람도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영등포구 쪽방촌 골목에 얼음이 얼어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쪽방촌 주민들은 어느 해보다 힘겨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2020.12.16 © 뉴스1 이밝음 기자

◇의식주 모두 위협받아

코로나19가 쪽방촌에서 앗아간 건 온기만이 아니다.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되면서 무료급식소들이 대부분 문을 닫았다. 쪽방촌 주민들은 "빵 같은 게 후원으로 들어와서 그걸로 버텨나간다"고 말했다. 최근엔 문을 연 무료급식소를 찾아 다른 지역으로 원정을 떠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목욕과 세탁도 문제다. 쪽방촌 주민 김씨는 자신의 방을 보여주며 "이 집은 그나마 세탁기가 있어 괜찮은 편"이라고 했다. 그는 "세탁기가 없는 집들은 옷을 계속 입다가 도저히 못 입을 정도로 냄새가 나면 버린다"고 설명했다.

영등포쪽방상담소에서 세탁기와 샤워장을 이용할 수 있지만 코로나19 탓에 이용 가능한 횟수가 줄었다. 세탁기는 하루 4명, 샤워장은 1시간에 1명씩만 쓸 수 있다. 300명이 넘는 쪽방촌 주민들이 이용하기에는 부족하다. 인근 교회에서 운영하는 세탁시설과 샤워장은 코로나19로 문을 닫았다.

김씨의 올겨울 바람은 연탄과 생필품을 넉넉하게 마련하는 것이다. "우리 엄마·아빠 세대에서는 한겨울에 양식도 비축하고 옷가지도 쟁여놓고 그랬잖아요. 그런 식으로 여기도 겨울날 동안 걱정 없이 연탄도 들어오고 생필품도 있고 뭘 사다 먹을 수 있었으면…그런 게 희망 사항이죠."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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