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성실히 노력한 사람들에 허탈감…단한번도 반성 안해" "도주우려 없지만 증거조작·허위진술 종용 가능성"…법정구속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가운데, 재판부의 양형사유와 법정구속 이유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임정엽 권성수 김선희)는 23일 오후 2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정 교수에게 징역 4년과 벌금 5억원을 선고했다. 1억3894여만원의 추징도 명령했다. 이후 정 교수는 서울 남부구치소에 수감됐다.
먼저 임 부장판사는 정 교수에게 법관이 형을 정할 때 참고하는 기준인 '양형기준'을 적용했을 때, 권고형의 범위는 징역 2년6개월 이상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통상적으로 법관이 양형기준을 벗어난 형을 선고하려면 판결문에 그 이유를 적어야 해 합리적 사유 없이 기준을 위반할 수는 없다.
임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조민이 다른 지원자보다 성실하고 능력이 뛰어나게 보이도록 하기위해, 자신과 조국의 사회적 지위를 이용해 허위 인턴십을 확인받았다"며 "일부는 발급권자의 허락 없이 유리하게 변조를 하기도 했고, 나중에는 조민이 수행하지도 않은 봉사활동으로 표창장을 받았다는 '표창장 위조' 범행까지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학입시부터 이 사건 의전원 입시까지 이뤄진 피고인의 입시비리 범행동기와 목적이 점차 구체화되고 과감해진 점 등을 비춰볼 때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며 "피고인의 범행으로 조민은 서울대 의전원에 1차 합격하고 부산대에는 최종 합격하는 등 실제 이익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랜기간 성실히 준비하면서 적법절차에 따라 지원한 다른 서울대·부산대 응시자들은 불합격하는 불공정한 결과가 발생해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이는 '원하는 인재를 공정한 절차에 따라 선발한다'는 해당 교육기관의 업무를 방해한 것일 뿐만 아니라, 공정한 경쟁을 위해 성실히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허탈감과 실망감을 줬다"고 설명했다.
특히 "우리 사회가 입시 관련 시스템에 갖고 있는 믿음과 결과를 저버리게 하는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해 비난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입시비리 관련 사건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엄정한 처벌 요구와 실제 유사 사건들의 형량을 비교하여 보더라도 피고인이 저지른 입시 관련 범행에 대해서는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사모펀드 관련 범행에 대해서 임 부장판사는 "고위공직자의 아내로서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재산신고에 성실하게 응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과 가족들의 재산을 늘리기 위한 목적으로 범죄수익 은닉 등의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며 "고위공직자에 대해 우리사회가 요구하는 재산증식의 투명성, 공익의 이해충돌 없는 객관적 공직수행에 대한 요청 등을 회피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 조모씨에게 제공받은 미공개중요정보를 이용해 주식거래를 한 점에 대해서 임 부장판사는 "피고인의 행위는 유가증권 거래시장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저해하는 행위"라며 "증권시장에 참여하는 일반 투자자들에게 재산상 손실을 입게 하거나, 시장에 대한 불신을 야기함으로써 시장경제를 흔드는 중대한 범죄"라고 말했다.
임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조국에 대한 청문회가 시작될 무렵부터 이 재판의 변론종결일까지 단 한번도 자신의 잘못에 관해 솔직히 인정하고 반성한 사실이 없다"며 "본 건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최성해 동양대 총장, 동양대 직원들과 조교 등이 입시비리 혐의에 대해 진술을 하면 정치적·개인적 이익을 위해서 허위 진술을 했다는 주장을 함으로써 이를 비난하는 계기를 제공해 진실을 이야기한 한 사람들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모든 공소사실을 부인하면서 설득력이 없고, 비합리적인 주장을 계속하는 태도는 방어권 측면이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수긍하기 어렵다"며 "나이, 범행, 범행 전후의 정황 등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고 부연했다.
임 부장판사는 정 교수가 자신과 조국에게 유리한 내용의 언론보도 자료, 청문회 대비 자료를 작성하게 한 점은 형사상 처벌 대상은 아니지만 입시비리, 코링크PE 관련 범행을 은폐할 목적으로 저지른 행위에 해당한다고 했다. 이 부분으로 인해 다른 사람들이 형사처벌을 받는 결과가 초래돼 사회적으로 비난가능성이 크며, 이 역시 불리한 양형요소로 고려했다고 부연했다.
다만 임 부장판사는 정 교수가 △과거 문서위조죄 등 어떠한 범죄로도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 △WFM 주식의 주가가 하락해 실질적으로 얻은 이익은 범죄사실에 기재된 것 보다 훨씬 적은 점 등은 유리한 요소로 고려했다.
재판부는 정 교수가 도주를 할 우려는 없지만, 증거인멸 및 증거은닉의 우려가 커 형사소송법에 따라 정 교수를 법정구속 했다고 밝혔다.
먼저 재판부는 김경록이 지난해 9월 피고인의 지시를 받고 여의도의 한 호텔로 피고인의 노트북 가방을 가져간 점, 조국과 피고인이 노트북에 관한 문자를 나눈 점, 검찰이 피고인의 집에서 압수수색을 했음에도 노트북을 찾지 못한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정 교수가 검찰의 수사가 진행될 당시 노트북을 은닉했다고 봤다.
임 부장판사는 "이같은 사실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관련 증거를 조작하거나 관련자들에게 허위진술을 종용하는 등 증거인멸 행위를 재차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며 "피고인은 타인에게 증거인멸을 지시하고, 김경록과 함께 자택에서 PC를 반출하는 등 적극적으로 범행을 은폐했다"고 했다.
또 "피고인은 출처가 의심되는 노트북을 제출하려 시도하는 등 재판과정에서도 실체진실의 발견을 저해하는 시도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며 "피고인이 친분이 있는 여러명을 동원해 법정에서 허위진술을 하도록 한 정황도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이 끝날때까지 무죄 추정의 원칙은 지켜져야 하고, 방어권이 필요하다"며 "피고인의 가족관계, 사회적 지위 등을 고려할 때 실형을 선고한 1심 판결이 확정될 것을 우려해 도주할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고 설명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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