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서울 광진구 능동 어린이대공원 맹수마을 사자 우리에 사육사 김모씨의 피가 묻어있다. 2015.2.12/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동물행동풍부화 프로그램' 뒷정리 하다가 사고…병원 도착 당시 심정지
서울 광진구 능동 어린이대공원에서 사육사가 사자에 물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과 서울시 등에 따르면 12일 오후 2시15분쯤 어린이대공원 맹수마을에서 일하던 사육사 김모(53)씨가 사자에 물렸다.
당초 1마리의 사자가 김씨를 공격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확인 결과 김씨를 문 사자는 2006년생 수컷 한 마리, 2010년생 암컷 한 마리 등 2마리인 것으로 조사됐다.
오후 2시25분쯤 동료 사육사에 의해 발견된 김씨는 오후 2시56분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에 의해 건국대병원으로 옮겨졌다.
그러나 도착 당시 이미 심장이 멈춰 있던 김씨는 한 시간여의 심폐소생술에도 불구하고 오후 4시20분쯤 끝내 숨졌다.
당시 김씨는 목, 양다리 등에 사자에 물려 큰 상처를 입은 상태였다. 특히 김씨의 좌측 종아리는 근육이 찢어질 정도로 심하게 훼손됐던 것으로 밝혀졌다.
김씨에 대한 치료를 담당한 건국대병원 측은 "김씨는 목과 다리 이외에도 여러군데를 사자에 물린 것으로 보인다"며 "목 부위 상처가 치명적으로 작용해 과다출혈로 숨진 것으로 추정되지만 부검을 통해 정확하게 사인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년간 사자를 사육한 김씨는 이날 동물원 내 사자사 방사장에서 동물원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동물행동풍부화 프로그램'의 뒷마무리를 하던 중 사고를 당했다.
동물행동풍부화 프로그램은 동물 모양으로 만든 종이를 동물이 마치 사냥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움직이게 하는 것으로 표현 그대로 동물의 행동을 풍부하게 만들기 위한 교육이다.
김씨는 그동안 다른 동료 한 명과 맹수사에 대한 관리를 맡아왔다. 반드시 2인1조로 근무해야 한다는 규정은 매뉴얼에 없지만 2인 이상 근무할 경우에는 서로의 위치를 확인한 후 근무해야 한다는 규정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사고가 발생한 이날은 김씨를 제외한 다른 동료 한 명이 정기휴무로 쉬었기 때문에 김씨 홀로 근무한 것으로 조사됐다. 동물원 측은 정확한 사고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CCTV 등을 판독 중이다.
사고 당시 동물원은 AI(조류인플루엔자)로 인해 동물원 전체를 폐쇄한 상태였다. 이에 따라 사고 당시 시민관람객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사고에 대해 안찬 어린이대공원장은 "이번 사고로 사망한 고인과 유가족에게 깊은 애도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시민 여러분에게 걱정을 끼친 것에 대해 머리숙여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사고를 최대한 빨리 수습할 것이며 추후 이와 같은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사고 현장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인 경찰은 "동물원 측의 관리상 부주의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며 "문제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관련자를 소환해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95종 4100마리의 동물이 있는 어린이대공원은 지난 1973년 문을 열어 지난 2006년부터 무료 개방으로 운영되고 있다.
앞서 지난 약 1년전인 2013년 11월 과천 서울대공원 수컷 시베리아 호랑이 로스토프가 사육사를 물어 숨지게 한 바 있다.
현재 로스토프는 지난해 5월 개장한 호랑이 숲 내 60~70평 정도의 공간에서 혼자 격리된 채 지내고 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