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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4-10-04 12:35
눈산조망대/ 하늘 아래 첫 우체통
 글쓴이 : 시애틀N
조회 : 4,927  

윤여춘 한국일보 시애틀지사 고문


하늘 아래 첫 우체통

 
지난 주말 시애틀산악회의 정기 토요등반 길에 “하필 저 꼭대기에 우체통을 갖다놓고 이 고생을 시킨담…”이라는 볼멘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올 봄에 그랜드 캐년의 사우스 림 트레일을 하루에 내려갔다 올라온 ‘노익장 누님’이었다. 레이니어 마운틴에도 도전했던(고산증으로 실패했지만) 그녀에게도 ‘메일박스 피크(우체통 봉우리)’는 힘에 부쳤던 모양이다.

노스 벤드의 명산 마운트 사이(Si) 뒤에 숨은 메일박스(4,845피트)는 이름만큼이나 유별나다. 사이(3,900피트)보다 900여피트 더 높을 뿐인데 등산객들은 이 산의 정복을 일종의 ‘통과의례’로 삼는다. 정상의 낡은 우체통 옆에서 ‘인증샷’을 찍어야 어엿한 등산가로 행세할 수 있다. 레이니어 정상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바로 이 산을 거듭 오르며 훈련한다.

작년 3월 메일박스가 전국적으로 유명해졌다. 등산엔 문외한일 듯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신임 내무장관으로 샐리 주웰을 지명하면서 “그녀는 메일박스 피크를 뻔질나게 오른 최초의 내무장관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국립공원 등 국토를 관리하는 내무부 수장으로 지명된 주웰은 당시 시애틀에 본사를 둔 야외 스포츠용품 체인점 REI의 최고경영자였다.

메일박스의 악명은 산이 높아서가 아니라 경사가 급한 데서 비롯됐다. 등반거리가 불과 2.5마일인데 그 사이에 4,000피트를 올라간다. 대부분 등산로가 지그재그의 스위치백으로 이뤄졌지만 이 산은 예외다. 사다리를 오르듯이 거의 직선으로 일관한다. 나무뿌리에 채이기 일쑤고 우기에는 진홁 구덩이로 변한다. 애당초 정규 등산로로 인정받지도 못했다.

“태산이 높다하되…”를 뇌까리며 8년 전 여름 처음 이 산에 혼자 도전했다. 트레일 입구를 찾는 것부터 어려웠다. 경사가 들은 바대로 장난이 아니었다. 45도는 족히 돼 보였다. 산의 북면을 오르는데다가 숲이 울창해 주위가 컴컴했다. 나무에 칠해놓은 다이아몬드 모양의 야광 페인트 표지를 보고 길을 찾았다. 수십번을 쉬며 쿵쾅대는 심장을 진정시켰다.

숲속의 미로를 벗어나 하늘에 닿은 ‘테일러스’(talus, 조각바위가 쌓인 비탈)에 도달했다. 다 왔다고 좋아했지만 우체통은 테일러스 넘어 반마일 위에 있었다. 노익장 누님이 볼멘소리가 백번 지당했다. 등산객들이 꼬리를 잇는 Mt. 사이와 달리 메일박스는 시종 나 혼자였다. 우체통 옆에 앉아 30여분 쉬다가 역시 혼자 올라온 등산객에게 인증샷을 부탁했다.

반세기 전 이곳에 처음 우체통을 갖다 놓은 사람은 우편배달부 칼 헤인이었다. 산 아래 루터교회의 ‘밸리 캠프’ 수련소 소장이었던 헤인은 청소년들에게 체력단련과 호연지기를 위해 이 험산에 오른 후 우체통 안의 노트에 서명하도록 했다. 그 후 이를 흉내낸 우체통들이 나타났고 소방관들이 훈련용으로 메고 온 소방전, 발판, 신문가판대 등도 남겨졌다.

두 번 다시 오르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메일박스 봉우리에 지난 토요일 또 올랐지만 8년 전보다 훨씬 쉬웠다. 그날 아침 새로 개통된 공식 트레일을 따라 올라갔기 때문이다. 주정부 자연자원국(DNR)과 비영리단체인 워싱턴주 트레일협회(WTA)가 지난 2년간 새 등산로를 스위치백 위주로 넓고 평탄하게 만들었다. 기존 트레일의 2배인 4.7마일 거리다.

등산회원들과 ‘일빵’으로 새 등산로를 오르며 아직도 작업 중인 WTA 자원봉사자들을 만났다. 바로 이들 덕분에 메일박스 정상이 그날은 Mt. 사이보다 더 붐볐다. 새 등산로도 테일러스부터 정상까지 반마일은 예전처럼 어렵다. 기존 트레일과 겹치기 때문이다. 당국은 ‘통과의례’를 존중하는 보수 등산객들을 위해 옛 트레일을 그대로 두겠다고 밝혔다.

메일박스 정상의 ‘하늘 아래 첫 우체통’ 안엔 작은 노트북이 들어 있다. 레이니어 산을 비롯해 360도로 펼쳐진 풍광에 취한 등산객들의 감회가 빼곡하다. 이들 노트는 하늘나라 아닌 워싱턴대학 특수 수집물 도서관에 보관된다. 나는 “WTA 자원봉사들에 축복을”이라고 썼다. 시애틀산악회가 바로 오늘 WTA와 함께 다른 곳에서 연례 보수작업을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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