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로그인 | 회원가입 | 2024-04-25 (목)

시애틀N 최신 기사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2021년 1월 시애틀N 사이트를 개편하였습니다. 열람하고 있는 사이트에서 2021년 이전 자료들을 확인 할수 있습니다.

시애틀N 최신 기사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작성일 : 13-07-06 08:59
눈산조망대/바비큐와 보신탕
 글쓴이 : 시애틀N
조회 : 5,329  

한국일보 시애틀지사 고문

바비큐와 보신탕
 
주초에 90도대를 넘나들었던 날씨가 롤러코스트를 탔는지 사흘만에 70도대 초반으로 뚝 떨어졌다. 시원해져 좋았지만 독립기념일 바비큐 파티기분이 반감됐다. 

바비큐는 역시 날씨가 뜨거워야 제격이다. 한국인들이 한여름 복날 땀을 흘리며 보신탕을 먹듯이 미국인들도 여름철 첫 공휴일인 독립기념일엔 대개 집 뒤뜰이나 공원에서 바비큐 파티를 즐긴다.

보신탕이 복날에만 먹는 절기음식이 아니듯 바비큐도 독립기념일에만 포식하는 음식은 아니다. 언제, 어디서나 즐긴다. 내 아파트 옆방 입주자는 비좁은 2층 발코니에서 거의 하루걸러 바비큐를 구우며 온 동네 사람의 코를 즐겁게 해줬었다. 

풋볼 팬들은 큰 경기가 열리는 날 스타디움 주차장에서 차량 뒷문을 열어놓고 바비큐 파티(‘테일게이팅’)를 벌인다.

인류가 언제부터 바비큐를 즐겼는지는 분명치 않다. 원시인들이 산불에 타죽은 짐승의 고기를 먹어보고 눈이 휘둥그러지던 영화 장면(라퀠 웰치의 ‘BC 100만년’?)이 생각난다. 바비큐의 효시인 셈이다. 

구약성경에도 수천년전 유대인들이 여호와께 제사를 지낼 때 소나 양의 피를 제단에 뿌리고 고기를 불에 구워 백성들이 함께 먹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바비큐라는 말의 어원도 아리송하다. 언어학자들은 이 단어가 카리브해 타이노 원주민의 말로 ‘성스런 화덕’이라는 뜻인 ‘바라비큐(barabicu)’에서 연유됐으며 나중에 스페인어의 ‘바르바코아(barbacoa),’ 영어의 ‘바비큐(barbecue)’로 바뀐 것으로 추정한다. barbeque’로 표기되기도 하지만 이는 대개 식당이나 상품 이름에 사용된다. 약자는 BBQ가 대세다.

조리방법도 이름만큼 달라졌다. 이글거리는 차콜 석쇠 위에 고기를 놓고 즉석에서 구워먹는 요즘 방식은 사실은 바비큐가 아닌 ‘그릴’이다. 

원조인 타이노 인디언들은 돼지를 통째 쇠창살에 꿰어 장작불 연기로 온종일 구웠다. 요즘도 전문식당은 고기를 불과 간격을 두고 장시간 굽는다. 브라질의 ‘추라스코’나 아르헨티나의 ‘아사도’가 그런 방식의 바비큐다.

원래 미국 바비큐는 흑인 빈민노예들이 많았던 동남부에서 시작됐다. 청년들이 들에서 멧돼지를 한 마리 잡아오는 날은 동네 잔칫날이었다. 남북전쟁 이후 자유인이 된 흑인들이 북부 지역으로 흩어지면서 각 도시에 BBQ 전문식당이 속속 문을 열었다. 

‘바비큐의 세계수도’로 불리는 노스캐롤라이나의 렉싱턴에는 BBQ 식당이 주민 1,000명당 1개꼴로 많다.

BBQ라면 한국의 숯불갈비를 빼놓을 수 없다. 미국인 식도락가들도 명품 BBQ로 꼽는다. 물론 그릴 방식인데 간장, 참기름, 설탕, 후추 등 갖은 양념으로 재워놓기 때문에 기껏 케첩, 식초,소금 따위를 뿌리는 미국 BBQ는 족탈불급이다. 

‘몽골리언 BBQ’도 인기 있지만 그릴이 아닌 볶음형태일 뿐 아니라 몽고와 관계없는 대만의 퓨전 스타일 BBQ이다.

미주 한인들의 BBQ는 한미 양국의 절충 스타일이다. 갈비형태가 한국의 통갈비와 달라서 살이 많고 뼈는 적다. 한국에서처럼 양념을 하되 미국인들처럼 집밖에서 그릴에 굽는다. LA 35년전 연수왔을 때 지사 직원 집에 초대받아 갔다가 뒷마당에서 굽는 LA갈비 BBQ를 생전처음 맛보고 ‘뿅’ 갔다. 한국의 가족에게 가져다주고 싶은 마음 굴뚝같았다.

하지만 세상이 좋아졌다. 한국정부가 한강 둔치와 남산공원에 BBQ 시설을 조성하도록 추진하겠다고 엊그제 발표했다. 서울사람들도 미주 한인들처럼 고기와 차콜을 들고 나가 자연 속에서 BBQ 파티를 즐기게 될 것 같다. 

서울시 당국은 중앙정부의 일방적 결정이라며 반발하지만 엄청나게 향상된 한국인들의 생활수준을 감안하면 오히려 만시지탄이다.

어제 프리웨이를 달리다가 육교 난간에 걸린 시위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동물을 먹지 말라(Don't Eat Animals)’였다. “또 보신탕 얘기인가?”하고 실소했지만 웃을 일이 아니다. 올빼미 서식지라는 이유로 임야개발을 반대하고 연어회귀가 막힌다며 댐을 허물라는 동물애호단체의 요구가 먹혀드는 나라이다. BBQ도 보신탕처럼 혐오식품이 될지 모른다.



 
 

Total 330
번호 제   목 글쓴이 날짜 조회
285 눈산조망대/팥죽 먹는 귀신 (2) 시애틀N 2013-12-14 5513
284 눈산조망대/시페어와 '코페어' 시애틀N 2013-06-02 5509
283 눈산조망대/ 자녀 양육비 시애틀N 2014-08-30 5479
282 기우(杞憂) 시애틀N 2013-05-04 5419
281 눈산조망대/ 6070세대와 옛날 팝송 시애틀N 2018-06-30 5390
280 눈산조망대/ 이혼 파티 (1) 시애틀N 2014-06-21 5344
279 눈산조망대/바비큐와 보신탕 시애틀N 2013-07-06 5331
278 눈산조망대/ 올드 랭 사인 시애틀N 2017-12-30 5326
277 눈산조망대/'미풍양속세' 시애틀N 2013-06-16 5325
276 눈산조망대/ 동화될 게 따로 있지… 시애틀N 2015-04-04 5321
275 눈산조망대/ “너희들 처녀이니?” 시애틀N 2016-01-30 5316
274 눈산조망대/“아기를 낳으세요” (1) 시애틀N 2014-02-23 5293
273 눈산조망대/ 참수가 장난인가? 시애틀N 2014-09-06 5268
272 눈산조망대/ 곱슬머리 손자 시애틀N 2014-07-19 5267
271 눈산조망대/ 윈체스터와 기관총 시애틀N 2017-10-07 5261
 1  2  3  4  5  6  7  8  9  10    



  About US I 사용자 이용 약관 I 개인 정보 보호 정책 I 광고 및 제휴 문의 I Contact Us

시애틀N

16825 48th Ave W #215 Lynnwood, WA 98037
TEL : 425-582-9795
Website : www.seattlen.com | E-mail : info@seattlen.com

COPYRIGHT © www.seattlen.com. ALL RIGHTS RESERVED.
상단으로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