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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01-17 11:15
눈산조망대/ 덕수와 ‘초신 퓨’
 글쓴이 : 시애틀N
조회 : 5,045  

윤여춘 한국일보 시애틀지사 고문



덕수와 ‘초신 퓨’

 
워싱턴주 ‘한인의 날’이었던 지난 13일 아침 올림피아 주청사 옆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비에 백발 노병들이 줄을 지어 헌화했다기념비의 동상들도 그들 모습과 닮았다

인천 자유공원에 서 있는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 동상의 위풍당당한 폼과 딴판으로 지치고 좌절해 주저앉은 패잔병 모습이다. ‘초신 퓨’(Chosin Few)로 불리는 한국전의 진정한 영웅들이다.

초신은 함경남도 개마고원의 장진 저수지를 일컫는 일본식 표기다(당시 미군은 한국지도가 없어 일본지도를 사용했다). 10군단은 인천상륙 후 파죽지세로 북진하다가 석달여 만인 추수감사절 다음날 인해전술로 밀어닥친 중공군에 장진호 산에서 포위당했다. 성탄절 전에 압록강까지 진격해 전쟁을 끝낼 것으로 기대했던 미군이 졸지에 독안의 쥐가 됐다.

영하 30도의 엄동설한에 혹한지역 전투경험이 전혀 없었던 미군은 중공군의 파상공격을 막아내며 적군보다 더 무서운 강추위와 싸워야 했다. 전투부상자보다 동상환자가 더 많을 지경이었다

당시엔 요즘처럼 우수한 파카(방한복), 장갑도 없었다. 소총이 꽁꽁 얼어 손바닥에 척척 달라붙었고 격발도 되지 않았다. 보급이 끊기고 부대간 통신도 두절됐다.

미군사상 최악의 전투환경으로 꼽히는 장진호 전투에서 10군단 주력부대였던 해병대 1사단은 포위한 중공군 7개 사단 중 5개를 박살내는 혁혁한 전과를 올렸다

10군단은 78마일에 뻗힌 중공군의 겹겹 포위망을 필사적으로 뚫고 후퇴한 뒤 흥남 항을 통해 부산으로 철수했다. 그 때 상황이 엊그제 본 한국영화 ‘국제시장’의 도입부에 실감 나게 묘사됐다.

이 영화 장면은 함락직전의 흥남을 탈출하기 위해 생명선인 미 군함에 몰려드는 피난민들의 아비규환을 그렸다. 그 흥남철수를 가능케 한 미 10군단 장병들의 17일에 걸친 형용 못할 참상엔 일언반구 언급이 없다

당시 해병대 1사단은 12,000여 장병중 30% 4,000여명이 전사하거나 부상당했다. ‘초신 퓨’는 살아남은 ‘몇 안 되는 장진호 전우’를 뜻한다.

피난민들은 10군단 사령관 에드워드 알몬드 장군의 용단으로 미해군 수송선 ‘메레디스 빅토리’(7,600톤급)호에 올라 성탄절 전날 거제도로 떠났다. 당시 이 배는 피난민 98,000여명을 수송해 기네스북에 ‘단일 선박의 사상최대 구조작전’으로 기록됐고 피난민들은 이를 ‘크리스마스의 기적’이라고 칭송했다. 중공군은 하루 뒤 크리스마스 날 흥남에 진주했다.

박진감 넘치는 흥남철수 장면에 압도된 탓인지 그 뒤로는 감흥이 그만 못했다. 국제시장의 구두닦이가 된 주인공 덕수 소년을 젊은 정주영이 격려하고, 앙드레 김(김복남)이 덕수 고모의 잡화점에 들러 옷감을 쇼핑하고, 짜장면 집에서 장래의 천하장사 꼬마 이만기를 만나고, 월남에선 베트콩을 토벌하는 파월장병 남진과 조우하는 등 양념 맛이 쏠쏠했다.

이 영화의 예술성을 따지거나 보수‧진보의 이념잣대로 재는 사람들이 있다지만 분명한 건 헐리웃 영화만큼 재미있고 스케일이 크다는 점이다

스마트폰과 스마트TV에 이어 한국제 ‘스마트시네마’가 떴다. 흥남철수, 이산가족 찾기, 독일 탄광‧병원, 월남전 등 주요 장면에 동원된 내외국인 엑스트라가 엄청나게 많다. 스태프와 캐스트 자막이 끝없이 이어진다.

내 뒷자리의 두 미국인 여성관객은 독일 간호원 기숙사의 덩치 큰 사감이 왜소한 달구(덕수 친구)를 ‘덮치는’ 장면에 낄낄댔다

나흘 전 참전 기념비 헌화를 주도한 앨 라스무센 노병은 웃지 않을 것 같다. 영화 말미에 덕수의 손녀가 부르는 ‘굳세어라 금순아’ 노래도 시큰둥할 터이다. 흥남철수의 수혜자인 덕수의 입에서 끝내 초신의 초자도 안 나오기 때문이다.

피난민 수송에 앞장섰던 에드워드 포니 대령의 증손자 벤 포니(서울대 유학생)에게 신길동의 피난민 후예 교회가 엊그제 장학금 100만원을 전했다

시애틀총영사관도 초신 퓨를 포함한 서북미 지역 참전용사들을 정기적으로 위문한다. 잘하는 일이다. 초신 퓨 서북미 지부장인 라스무센 노병과 동료들은 한국전을 ‘잊혀진 전쟁’이 아닌 ‘잊혀진 승리’로 치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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