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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03-14 09:24
눈산조망대/ 고독한 경주
 글쓴이 : 시애틀N
조회 : 4,931  

윤여춘 한국일보 시애틀지사 고문


고독한 경주

 
세상엔 벼라별 경주가 다 있다. 내일 LA와 서울에서 동시에 열리는 LA마라톤과 동아마라톤 같은 정통 국제대회 얘기는 물론 아니다. 걸어서 오르기도 힘든 등산로를 치달리는 경주가 미국에서만 연간 1,400여 차례나 열린다. 메인주 뉴 글로세스터에선 매년 5월 맨발로 목장 길 5km를 달리는 경주가 벌어진다. 한눈파는 선수들은 마소 똥을 밟기 십상이다.

시애틀에선 7월 여름축제(시페어) 개막과 함께 도심의 그린 레이크에서 우유 곽으로 만든 보트 경주가 펼쳐진다. 크고 작은 형형색색의 종이 나룻배100여 척이 각축하다가 부서지거나 침몰할 때마다 호반의 관객들이 함성을 지른다. 오늘 시애틀 매그너슨 공원에선 ‘파이 마일 경주’가 펼쳐진다. 3.14마일을 뛴 참가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파이 파티를 즐긴다.

파이 파티 아닌 파이 싸움이 나오는 경주 영화가 있다. 잭 레몬, 토니 커티스, 나탈리 우드, 피터 포크가 출연한 1960년대 코미디 ‘대 경주(The Great Race)’다. 뉴욕에서 파리까지 골동품 자동차 경주를 벌이는 레몬과 커티스가 궁궐주방에서 파이 수백 개를 눈싸움하듯 던진다. 거장 제임스 걸웨이가 연주한 삽입곡 ‘얼굴 위의 파이’ 폴카를 요즘도 즐겨 듣는다.

그 영화처럼 장난스럽지도 않고, 국제마라톤처럼 화려하지도 않은, 처절하게 고독한 경주가 지금 알래스카에서 진행되고 있다. ‘마지막 대 경주(Last Great Race)’로 불리는 ‘아이디타로드 트레일 개썰매 경주’다. 올해는 페어뱅크스에서 베링해의 놈(Nome)까지 1,000마일을 달린다. 영화에선 레몬과 커티스의 차가 얼어붙은 베링해를 지나 시베리아로 건너간다.

지난 9일 시작된 올해 43회 경주엔 ‘머셔’(개썰매 마부) 78명이 참가했다. 대부분 알래스카 주민이지만 캐나다‧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호주‧뉴질랜드 등 외국선수들도 있다. 이들은 영하 60(화씨)까지 내려가는 북극추위 속에 눈과 얼음으로 덮인 동토를 열흘 이상 내달리며26개의 점검소를 통과한다. 알래스카는 해가 짧아 점검소에 한밤중 도착하기 일쑤다.

에스키모 말로 ‘먼 동네’라는 뜻인 아이디타로드는 알래스카 골드러시 후 유령마을이 됐다. 원래 경주 코스는 앵커리지에서 내륙의 아이디타로드까지였으나 그곳에 군기지가 들어서면서 종점이 해안의 놈 마을까지 우회 연장됐다. 현재의 경주 트레일은 남코스와 북코스로 구분된다. 짝수 해엔 북코스(975마일), 홀수 해엔 남코스(998마일)에서 경주가 벌어진다.

썰매는 대개 12~16마리의 개가 끈다. 원래는 에스키모 토종개(맬라뮤트)들이 끌었지만 지금은 교배를 통해 더 날렵하고 강인해진 알라스카 허스키로 대체됐다. 가장 영리하고 판단력이 정확한 개가 맨 앞에서 향도역을 맡는다. 가장 힘세고 덩치 큰 놈들이 썰매 바로 앞에 배치돼 ‘바퀴’역할을 맡는다. 머셔들도 자주 뛰면서 추위와 싸우며 썰매 무게도 줄인다.

아이디타로드 경주의 효시는 1925년 ‘대 자선경주’이다. 당시 놈 마을에 디프테리아가 번지자 자원봉사 머셔 20여명과 맬라뮤트 150여 마리가 700마일 떨어진 테나나에서부터 혈청백신을 5일 반동안 악조건 속에 릴레이로 운반해 놈 주민들을 살려냈다. 썰매 개 4마리가 동상으로 숨졌다. 당시의 영웅 향도견 ‘발토’의 동상이 뉴욕 센트럴공원에 세워져 있다.

아이디타로드 경주의 우승기록은 20 15시간 2 7(1974년 칼 헌팅턴)부터 8 18시간 46 39(2011년 존 베이커)까지 들쑥날쑥이다. 릭 스웬슨은 5, 랜스 맥케이는 4회 연속(2007~2010) 우승했다. 최연소 우승자는 2012년 달라스 시비(25), 최고령 우승자는 다음해 그의 아버지 미치 시비(53)였다. 리비 리들스는 1985년 첫 여성 우승자가 됐다.

이들이 왜 냉장고 속이나 다름없는 동토를 목숨걸고 십여일씩 내달리는지 일반인들은 이해하기 어렵다. 우승상금이 7만달러지만 머셔들의 출전경비는 1~8만달러이다. “산이 거기 있으므로 오른다”는 등산가들 말처럼 이들은 “아이디타로드가 거기 있으므로 달린다”고 할지 모른다. 확실한 건 우리네 주말산행은 머셔들의 고행에 비하면 거저먹기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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