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로그인 | 회원가입 | 2024-04-25 (목)

시애틀N 최신 기사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2021년 1월 시애틀N 사이트를 개편하였습니다. 열람하고 있는 사이트에서 2021년 이전 자료들을 확인 할수 있습니다.

시애틀N 최신 기사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작성일 : 15-09-26 08:18
눈산조망대/ ‘PP’를 아시나요?
 글쓴이 : 시애틀N
조회 : 4,669  

윤여춘 한국일보 시애틀지사 고문



PP’를 아시나요?
 

한국에서 40여년전 새마을운동과 쌍벽을 이룬 거국적 캠페인이 있었다. 산아제한, 좋게 말해서 가족계획이다

3-3-35(세살터울로 셋만 35세전에 낳자)라는 슬로건이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로 됐다가 ‘둘도 많다, 하나만 알뜰살뜰 기르자’로 바뀌었다. 캠페인 목표가 초과 달성된 지금 슬로건은 ‘자녀에게 동생을 낳아주자’로 정반대가 됐다.

당시 새내기 기자였던 내가 담당한 정부부서가 보건사회부(현재 보건복지부)였다. 그 산하에 대한적십자사와 대한가족계획협회가 있었다. 남북 적십자회담이 진행된 때여서(덕분에 나도 평양구경을 했다) 적십자사엔 관심이 많았지만 가족계획협회는 좀 따분했다. 보도자료가 기껏 산아제한의 필요성이나 피임요령 따위여서 신혼 초였던 나에겐 시큰둥했다.

대한가족계획협회(PPFK: Planned Parenthood Federation of Korea)는 새마을운동에 앞서 1961년 창립됐다. 롤모델인 미국가족계획협회(PPFA)에서 영어명칭을 땄다. 출산율이 격감하면서 1999년 ‘대한가족보건복지협회', 2005년엔 다시 ‘인구보건복지협회’로 이름이 바뀌었다. 영어명칭은 여전히 ‘PP’다 ‘Parenthood’를 ‘Population’으로 바꿨을 뿐이다.

목표를 달성한 한국의 PP가 유명무실해진 것과 달리 형님뻘인 미국 PP는 요즘 엄청 바쁘다. 가족계획사업이 잘 나간다는 뜻이 아니다. 사면초가 상황에서 연일 얻어맞고 있다. PP의 한 직원이 생체 제약회사 연구원으로 위장한 낙태 반대단체 요원에게 중절시술된 태아의 신체부위를 ‘팔아 먹으려고’ 흥정하는 장면이 찍힌 몰카 비디오가 공개됐기 때문이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칼리 피오리나는 최근 후보자 2 TV토론에서 “(낙태권리를 지지하는) 오바마 대통령도, 힐러리 클린턴(민주당 후보)도 이 비디오를 봐야한다. 테이블에 아직 심장이 뛰는 태아가 놓여 있다. 이 태아의 조직을 떼어 파는 게 미국의 양심이냐”며 앙칼지게 따졌다. 덕분에 그녀의 지지율은 선두 도널드 트럼프를 바짝 추격할 만큼 올라갔다.

하지만 문제의 비디오에는 태아 장면이 없는 것으로 판명됐다. PP는 “아무리 좋게 봐도 피오리나 후보는 거짓말쟁이다. 대통령 후보답지 않게 없는 것을 있다고 우기지 말고 몰카 비디오를 더 이상 캠페인에 이용하지 말라”고 꼬집었다. 하지만IT 공룡기업 HP(휼렛-팩카드) CEO 출신인 피오리나는 눈 하나 깜짝 않고 PP를 계속 물고 늘어지고 있다.

공화당은 경선과정인데도 피오리나를 지원사격하고 나섰다. 연방상원의 다수당인 공화당은 101일로 닥친 정부기관 폐쇄위기를 피하기 위한 단기 추경 예산안에 작심하고 PP 지원분을 삭제했다

하지만 이 예산안은 이틀전 표결에서 52-47로 부결됐다. 공화의원 8명이 반란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PP는 연간 약 5억달러를 연방정부로부터 지원 받는다.

미국 PP 1921년 비영리단체인 미국 산아제한연맹(ABCL)으로 출발해 1942년 국제가족계획협회(IPPF) 산하의 PPFA로 개명했다. 전국에 85개지부와 820개 시술소를 운영하며 연간 30여만 건의 낙태를 시술한다. 이 중 26% 19세 미만의 미성년자들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때문에 PP는 낙태 찬반논쟁이 벌어질 때마다 그 중심에 설 수 밖에 없었다.

PP가 피임상담, 피임약 배포, 성병치료, 여성암 진단 등 좋은 사업을 많이 하지만 낙태시술에 가려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 시술소 앞은 낙태반대 시위장이 되기 일쑤다. 사우스다코타와 위스콘신에선 시술소에 폭탄이 날아들어 불탔고, 미네소타에선 시술소 건물로 SUV가 돌진했다. 오리건에선 3년전 시술소 앞에서 찬반 시위자 사이에 칼부림이 빚어졌다.

한국 PP의 전성기엔 예비군 동원을 면제해주며 정관수술을 장려했다. ‘씨없는 수박’이 양산됐었다. 출산장려금에도 아기를 안 낳는 요즘 세태와 판이하다. 미국 PP도 사면초가를 면할 것 같다. 낙태는(조건부지만) 거의 반세기 전인 1969년 합법화됐다. 금기였던 동성결혼도 합법화 됐고 마리화나와 존엄사도 그런 추세다. 세상 돌아가는 게 어지럽기만 하다.


**윤여춘 고문의 <눈산조망대> 목록을 보시려면 아래를 클릭


최연홍 15-10-25 15:03
답변 삭제  
윤 고문, 이 메일 주소를 주십시요

최연홍 yearnhchoi@gmail.com
 
 

Total 330
번호 제   목 글쓴이 날짜 조회
180 눈산조망대/ 근엄한 영정 시애틀N 2018-11-10 4840
179 눈산조망대/ ‘벌레’의 밀사역할? 시애틀N 2017-06-17 4839
178 눈산조망대/ 연말을 음악과 함께 시애틀N 2014-12-13 4833
177 눈산조망대/ 백인들의 ‘인종 갑질’ 시애틀N 2016-10-22 4825
176 눈산조망대/ 비행기 타기 겁난다 시애틀N 2017-04-15 4813
175 눈산조망대/ 미친 사람들의 총 시애틀N 2018-02-17 4811
174 눈산조망대/ 탯줄 못 끊는 자녀들 시애틀N 2019-03-23 4800
173 눈산조망대/ 십자가가 설 자리는… 시애틀N 2019-03-09 4794
172 눈산조망대/ ‘슈거 대디,’ ‘슈거 베이비’ (1) 시애틀N 2016-06-04 4792
171 눈산조망대/ 눈은 누가 치우나? 시애틀N 2019-02-16 4792
170 눈산조망대/ 자동차 번호판 읽기 시애틀N 2016-02-27 4789
169 눈산조망대/ 2015년과 2050년 시애틀N 2015-01-10 4787
168 눈산조망대/ ‘하나님의 순찰차’ 시애틀N 2015-09-12 4783
167 눈산조망대/ 삼총사의 책 시애틀N 2016-01-09 4783
166 눈산조망대/ 마침 맞는 마침표(.) 시애틀N 2016-08-20 4782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About US I 사용자 이용 약관 I 개인 정보 보호 정책 I 광고 및 제휴 문의 I Contact Us

시애틀N

16825 48th Ave W #215 Lynnwood, WA 98037
TEL : 425-582-9795
Website : www.seattlen.com | E-mail : info@seattlen.com

COPYRIGHT © www.seattlen.com. ALL RIGHTS RESERVED.
상단으로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