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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05-04 18:00
한글 간판
 글쓴이 : 시애틀N
조회 : 5,982  
서울 청진동 골목의 한 해장국집이 ‘서울에서 최고’라는 간판을 내걸었다. 이웃 해장국집이  ‘전국에서 최고’라는 더 큰 간판을 달자 그 옆 식당은 ‘세계에서 최고’라는 초대형 빌보드를 세웠다. 네 번째 해장국집 주인은 고심 끝에 ‘이 골목에서 최고’라는 발상전환의 미니 간판을 내걸었다. 손님들은 당연히 네 번째 식당에 몰려들었다.

간판은 고객의 눈길과 발길을 끄는 업소의 얼굴이지만 크고 화려할수록 효과가 좋은 건 아니다. 업종의 분위기를 풍기면서 건물과조화를 이룬 간판이 호감을 산다. 서울 도심의 건물들은 간판들로 더덕더덕 도배질 돼 있고, 특히 명동이나 압구정동의 고급 쇼핑몰 간판들은 무슨 이유인지 십중팔구 영어로 쓰여 있어 눈에 거슬린다.

꼭 시애틀 얘기는 아니지만 미국 대도시의 한인업소 간판들도 어수선하긴 마찬가지다. 건물에 비해 간판이 터무니없이 크고 조잡하다. 또 서울 쇼핑몰 간판들이 대부분 영어로 쓰인 것과 반대로 미국 내 한인업소 간판들은 거의 천편일률적으로 한글을 고집한다. 타민족은 고객이 아니라는 고정관념이 무의식적으로 뿌리박힌 모양이다.

물론 대부분의 한인업소 간판들은 이중언어로 돼 있다. 그러나 한글이 대문짝만큼 큰데 반해 영어는 보일락말락하게 작은데다가 보도 쪽으로 돌출한 세로 간판들의 경우 거의 모두 한글로만 쓰여 있어 차를 타고 가다보면 한글간판 일색으로 보인다.

한인 주민이나 본국에서 온 여행자들 입장에선 미국의 대도시에 한글간판이 많이 눈에 띌수록 흐뭇하고 편리하겠지만 백인 등 타민족 사람들은 이질감을 느끼며 심통을 부릴 수도 있다.

실제로 그런 예가 있었다. 지난 1990년 뉴욕 시의원 4명이 ‘유권자들의 뜻’이라며 한인 청과상을 포함한 모든 소매업소에 영어간판을 부착토록 의무화한 조례를 제의했다가 공청회 과정에서 반대여론에 두들겨 맞아 폐기됐다.

그에 앞서 한인 밀집거주지역인 남가주 오렌지 카운티의 가든 그로브 시에선 경찰관, 소방관, 응급구조대, 기타 공공안전 종사자들이 쉽게 판독하고 구별할 수 있도록 모든 업소간판을 영어로 표기하자는 그럴듯한 내용의 조례가 거의 통과될 뻔 했다가 역시 여론의 호된 질타를 받고 막판에 폐기됐었다.

한인사회 뿐 아니라 LA 인근의 포모나·템플·몬트레이팍·아케디아·로즈미드·웨스트민스터 등지의 차이나타운과 베트남타운도 간판문제로 홍역을 치렀다.

그때마다 해당 커뮤니티는 물론 아·태법률센터, 미국 시민자유연맹(ACLU) 등 인권단체들이 “수정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는 공공안전에 우선하는 기본권”이라며 벌떼 같이 일어나 반대투쟁을 벌였다.

시애틀 일원에선 한인업소 간판이 공식적으로 문제된 적이 없다. 문제될 만큼 한인업소들이 밀집돼 있지도 않다. 또 다른 대도시 한인사회와 달리 세탁소, 테리야키, 리커스토어, 호텔·모텔 등 요란한 간판이 별로 필요하지 않은 업종이 주류를 이룬다. 현재로서는 한글간판이 지나치게 많다는 것보다는 지나치게 무질서하다는 점이 문제일 것 같다.

필자의 한 친지는 프리웨이 진입로 옆에 설치된 모 한인교회의 대형 한글간판을 보고 아연실색했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주소만 갖고도 찾아갈 수 있을 뿐더러 요즘은 GPS가 보편화 돼 노상간판이 사실상 필요 없다는 얘기다. 고속도로 변의 한글간판은 해당 교회의 현시욕일 뿐 전체 한인사회의 이미지에 오히려 흠집을 준다고 그는 지적했다.

시애틀의 최고 관광명소 가운데 하나인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엔 초라한 간판이 걸려 있다. 다운타운에 그처럼 후진 간판이 아직 남아 있다는 것 자체가 관광거리일 수 있다. 손님을 끄는 것은 대형 간판이 아니라 업소의 평판임을 묵시적으로 일깨워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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