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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10-24 09:24
눈산 조망대/ 국화 옆에서
 글쓴이 : 시애틀N
조회 : 4,948  

윤여춘 한국일보 시애틀지사 고문


국화 옆에서

 
시인들은 유별나게 꽃을 좋아한다. 감수성이 예민해서 길섶의 꽃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내 산행 친구인 김영호 시인도 그렇다. 서북미의 대표적 한인 시인인 그는 산에서 야생화를 만나면 주술에 걸린 듯 꼼짝 않고 서서 바라본다두달 전 한국 문인협회 야유회에서도 그는 해변둔덕에 핀 꽃에 홀린 듯 다가가 꼼짝 않고 서서 ‘카킥 비치의 해당화’를 썼다.

꽃을 주제로 한 시는 부지기수다

김소월의 ‘산유화’와 ‘진달래꽃', 김영랑의 ‘모란이 피기까지는', 정호승의 ‘가을꽃', 조지훈의 ‘민들레꽃', 이호우의 ‘살구꽃 피는 마을', 이해인의 ‘수선화', 용혜원의 ‘장미 한송이', 도종환의 ‘접시꽃 당신' 같은 시는 많은 사람이 애송한다. 박두진, 이육사, 김춘수, 윤여흥(나와 무관)의 시 중엔 제목이 그냥  ‘꽃’으로 된 것도 있다.

꽃의 계절인 봄 여름 다 보내고 낙엽 지는 가을에 사랑받는 꽃 시가 있다. 미당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이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중략)…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에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한국에서 중고교를 마치고 이민 온 한인들은 대개 알만한 ‘국민 시’이다. 교과서에 그의 시가 10여 편이나 게재됐었다. 무려 1,000여 편의 서정시를 남긴 20세기 한국의 대표적 시인이다. 섹스피어 덕분에 영어 어휘가 풍요로워졌듯이 한국말은 미당이 찾아낸 아름다운 토속어들로 살찌워졌다. 나는 그가 노벨문학상에 가장 근접한 한국문인이었다고 생각한다.

바로 오늘(24) 시애틀에서 미당의 문학세계를 조명하는 아주 귀한 행사가 열린다. 서정주 탄생100주년을 맞아 워싱턴대학(UW) 한국학도서관의 월례 문학행사인 ‘북소리’에 서울에서 온 윤재웅 교수(동국대), 문태준 시인, SBS 작가 전옥란씨 등 미당 전문가들이 나와서 강연한다

이들은 지난 6월 미당 탄생 100주년 기념시집( 5)을 발간한 주역이다.

같은 날 저녁엔 시애틀총영사관이 서북미 한인문인협회와 한국 문인협회 워싱턴지부 등 지역 문학단체들과 함께 턱윌라의 컴포트 슈트 호텔에서 이색 문학잔치를 연다.

‘국화 옆에서-가을 문향(文香)에 취하다’를 주제로 한 이 행사에선 정벽봉 시인의 출판기념회, 문태준 시인과의 대화시간이 마련되고, 참석자들이 미당 작품을 비롯한 다양한 시를 낭송한다.

서정주에 항상 붙어 다니는 꼬리표가 있다‘친일파 시인’이다. 본인도 일제 찬양시를 썼음을 시인했고 공개 사과했다

그의 1,000여 작품 중 친일 시는 4(산문을 합치면 10여편) 뿐인데도  ‘친일파의 거두’로 몰린다. 심지어 해방 후(1947)에 발표한 ‘국화 옆에서’도 일왕을 찬양하기 위해 일본 왕실의 문장(紋章)인 국화를 노래했다는 억지 주장까지 있다.

미당의 시를 그가 친일파였는지, 아니었는지를 기준으로 평가할 이유가 없다. 그의 작품은 한글문학의 귀중한 자산이다. 설령 그가 신념적 친일파였더라도 그의 문학적 업적은 그 과오를 너끈히 상쇄한다

평론가 이경철은 서정주 시를 통하지 않고는 우리 민족혼과 모국어의 깊이와 넓이에 이를 수 없기 때문에 많은 시학도가 그의 시를 배운다고 지적했다.

미당이 시애틀과 각별한 인연이 있음을 아는 사람이 드물다. 그는 2000년 별세하기 전에 차남인 서 윤씨 집에 얼마간 머물렀었다. 버지니아 메이슨 메디컬센터(커클랜드)의 내과 전문의인 차남 역시 문학재능이 뛰어나다

피는 못 속인다. 그는 10여년전 바로 이 지면에 수필을 연재했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그는 해외의료 선교 간증문도 몇 차례 썼다.

역시 내 산행 친구였던 그에게 “왜 시를 쓰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어휘의 유희가 아닌 가슴으로 시를 쓰신 아버님의 벽이 너무 높다”고 대답했다

놀랄만한 얘기도 들려줬다. 불교계열 동국대의 종신교수였고 각종 불교 단체장을 역임한 미당이 별세 전 차남의 끈질긴 전도를 받아들여 크리스천이 된 후 별세했다고 했다. 미당은 역시 마음이 여린 시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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