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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6-01-30 11:27
눈산조망대/ “너희들 처녀이니?”
 글쓴이 : 시애틀N
조회 : 5,316  

윤여춘 한국일보 시애틀지사 고문


“너희들 처녀이니?

 
학업성적이나 가정형편과 상관없이 처녀가 연애하지 않겠다고 약속만 하면 대학장학금을 주는 나라가 있다. 성인 인구의 19%(680만명)가 에이즈 감염자이고, 여성 3명 중 1명 이상이 18세 이전에 강간당하는 남아공화국이다

이 나라의 우투켈라 시 시장은 지난주 처녀성을 결혼할 때까지 지키겠다고 선서한 여대생 6명에게 시끌벅적하게 장학금을 수여했다.남아공 교육부는 지난 2014년 집계된 처녀들의 혼전임신이 2만여 건이었고 그 중 223건이 초등학교에서 보고됐다고 밝혔다

젊은 여성들의 웰빙과 에이즈 확산방지를 위한 가장 원천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 금욕교육이라고 남아공 당국자들은 강조한다. 여성평등권 옹호단체도 우투켈라 시장의 ‘처녀 장려금’이 차별적이긴 하지만 기발한 발상이라며 환영했다.

처녀성은 동서고금 모든 여성들의 필수덕목이다. 요즘도 중동과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선 여자들이 ‘두 손가락 테스트(TFT)’로 불리는 처녀막 검사를 통과해야만 결혼할 수 있다. 처녀가 순결을 잃으면 가문의 명예를 더럽혔다며 가족에게 맞아 죽기도 한다. 첫날밤의 혈흔 침대보를 밖에 내 걸어 ‘결혼이 성료됐음’과 ‘신부가 처녀였음’을 증명하는 풍습도 있다.

하지만 처녀막 검사가 100% 정확하진 않다. 처녀막 없이 태어나는 여자들이 있다. 과격한  운동이나 자위행위로 파손되기도 한다. 두 손가락을 질에 넣고 더듬어 처녀막의 존재여부를 판별하는 ‘검사관’이 대개 노파여서 촉감이 둔하고 판단이 헷갈릴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검사받는 처녀가 심한 인격 모욕과 심리적 상처를 입는다고 여권 운동가들은 비난한다.

프리섹스 천국인 미국에선 처녀막 검사 아닌 처녀막 재생수술이 성행한다. ‘처녀막의 여왕’으로 불리는 뉴욕의 한 성형의사는 “그동안 아랍인, 라티노, 한인, 중국인 등 젊은 여성 수 백명의 과거를 미래로 대체해줬다”고 자랑했다. , 코 등 다른 부위보다 쉽고 위험도도 낮은 수술로 반시간 정도 만에 ‘거듭난 처녀’로 만들어주고 2,500달러를 챙긴다고 했다.

지난 2013년 연방 질병통제센터(CDC)는 전국의 15~19세 청소년 중 여자 44%, 남자 47%가 성교경험이 있는 것으로 집계했다. 거의 2명중 1명꼴이다. 10대 임신율은 1,000명 당 52.1명으로 선진국 중 최고였고 유럽연합 평균치보다 약 4배 높았다. 남아공 등 아프리카 남부 국가들은 1,000명당 143명이나 됐다. 한국은 2.9명으로 가장 낮은 축에 속했다.

청소년 성교육 문제는 미국인들의 해묵은 숙제다. 이달 초 오마하(네브라스카) 교육국이 이 문제를 놓고 두 번째 청문회를 열었지만 진보와 보수의 괴리만 재확인 됐다. 교육구 측은 시대조류에 따라 상급생들에게 낙태와 피임방법을 가르치자고 했지만 학부모들(특히 흑인과 히스패닉)은 섹스를 부추기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전통적인 금욕교육을 요구했다.

연방정부는 성교육에 관해 주정부에 이래라 저래라 간섭하지 않지만 각종 지원금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한다.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가 들어선 1981년부터 2009년까지 연방정부의 성교육 지원금은 압도적으로 금욕 프로그램 쪽에 배당됐다. 하지만 2010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선 후부터는 금욕보다 방법론적 정보 위주의 복합 성교육 쪽으로 기울었다.

지난주 워싱턴주 하원의 매리 다이 의원은 가족계획협회 로비를 위해 자기를 찾아온 지역구 여고생들에게 다짜고짜 “너희들은 처녀냐?”고 물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사과했다

엊그제는 팸 로치 주 상원의원이 인신매매 대책위원회 모임에 참석한 매춘전력 소녀들에게 “얼굴에 문신하고 코를 뚫으니 그런 꼴을 당한다”는 투로 말했다가 위원회서 퇴출당했다.

두 여성의원은 공화당원이다. 특히 로치는 공화당의 최다선 상원의원이다. 둘 다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의원에 앞서 엄마의 입장에서” 충고했다는 다이 의원과 “불행한 아이들을 격려하기 위한 쓴 소리”였다는 로치 의원의 해명이 희떱지 않다. 성교육은 가정에서 부모로부터 시작돼야 한다. 자연히 금욕 중심의 교육이 된다. 학교는 보충교육을 맡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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