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로그인 | 회원가입 | 2024-04-20 (토)

시애틀N 최신 기사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2021년 1월 시애틀N 사이트를 개편하였습니다. 열람하고 있는 사이트에서 2021년 이전 자료들을 확인 할수 있습니다.

시애틀N 최신 기사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작성일 : 16-05-14 11:49
눈산조망대/ 남자 화장실의 여자
 글쓴이 : 시애틀N
조회 : 5,249  

윤여춘 한국일보 시애틀지사 고문


남자화장실의 여자

 
등산로 주차장엔 으레 화장실이 설치돼 있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인기 등산로엔 남녀용이 구분돼 있지만 외진 등산로에선 한 개의 화장실, 아니면 ‘허니 버켓’(이동식 화장실))을 남녀가 공용한다장거리 등산로엔 정상 부근에 역시 남녀공용의 간이변소(toilet)가 마련돼 있기도 하다. 판자 변기에 걸터앉아 주변의 경관을 감상하며 ‘자연과의 대화’를 즐긴다.

몇년 전 한 인기 등산로 주차장 안의 레인저 오피스(산림 관리국) 공중화장실에서 민망한 꼴을 겪었다. 다급한 상황을 해결하고 나왔는데 화장실 밖에서 줄지어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이 눈을 똥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봤다. 모두 여자였다. 당황해서 뒤를 돌아보니 화장실 문에 ‘Women’이라는 사인이 붙어 있었다. 밖으로 나오면서 뒤통수가 매우 뜨거웠다.

나는 순전히 실수였지만 그런 민망한 꼴을 일상적으로 겪는 사람들이 있다. 성전환자(트랜스젠더)들이다. 남자로 태어났지만 성인이 된 후 성전환 수술을 통해 여자가 된 사람들과 그 반대 경우의 사람들이 직장이나 식당 등 공중화장실에서 남녀용 어느 쪽을 시용해야하는지를 놓고 지금 연방정부와 노스캐롤라이나 주정부가 맞고소를 벌이며 싸우고 있다.

인권단체는 성전환자들이 자기 성정체성에 따라 편안하게 화장실을 선택할 수 있어야한다고 주장하지만 ‘남자 같은 여자’는 남자화장실을 사용하라는 주장도 거세다. 그래서 남자화장실을 사용한다는 한 수염난 여자는 소변기 앞에 서지 못하고 칸막이 안에 들어가야만 하며 소변을 끝낸 뒤에도 일찍 나가기가 민망해 한동안 주저앉아 있어야 한다고 토로했다.

보수지역인 노스캐롤라이나의 팻 맥크로리 주지사(공화)는 성전환자들이 현재의 성정체성과 상관없이 출생증명서에 기록된 성별에 따라 공중화장실을 사용토록 규정한 주의회 법안에 지난 3월 서명했다

진보성향의 오바마 행정부는 이 ‘화장실 법’이 1964년 제정된 인권법에 위배된다며 지난 9일까지 이를 폐지하도록 연방 법무부를 통해 강력하게 압박했다.

맥크로리 주지사는 인권법 제정 당시엔 성전환자라는 개념자체가 없었다며 오바마 행정부가 인권법을 자의로 확대 해석한다고 연방법원에 제소했다. 로레타 린치 연방 법무장관(노스캐롤라이나 출신)은 인권법이 인종, 민족, 출신국가, 종교 등은 물론 성별에 따른 차별도 명백하게 금지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역시 연방법원에 맥크로리 주지사를 즉각 제소했다.

노스캐롤라이나만이 아니다. 미시시피와 인디애나도 비슷한 상황이다. 진보성향이 짙은 워싱턴주에서도 노스캐롤라이나 식 화장실법 제정을 위한 주민발의안(I-1515)을 올 11월 선거에 상정시키려는 서명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어제 오바마 대통령은 이런 화장실법을 시행하는 모든 주에 연간 수십억달러 규모의 연방 교육지원금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다.

화장실 싸움은 전부터 있었다. 1960년대 흑인 인권운동 시위자들은 백인전용 화장실에 진입하려다가 총에 맞아 죽었다. 1980년대엔 동성애자들이 공중화장실에서 왕따 당했다. 게이의 배설물이 에이즈를 전염시킨다는 속설 때문이었다. 심지어 장애인들도 1990년 관계법에 의해 휠체어 진입시설이 의무적으로 갖춰지기 전에는 공중화장실 출입이 어려웠다.

미국의 성전환자는 70여만명으로 추정된다. 전체 인구의 0.03%. 소수인권의 존중도 좋지만 화장실법까지 만들어 사용자들을 교통정리 하는 건 우습다. 올림픽 10종 경기 챔피언인 철인 브루스 제너가 여자인 케이틀린 제너로 둔갑해 지난해 톱뉴스가 됐지만 그녀가 남자로 되돌아가기를 원한다는 루머가 돌고 있다. 화장실 사용의 불편 때문은 아닌 것 같다.

화장실이 하나 뿐인 등산로 주차장에선 성차별 시비가 없다. ‘초이스’가 없기 때문이다. 도시의 공중화장실 논란도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 화장실 문의 ‘남’ ‘녀’ 표시를 없애는 것이다. 누구나 빈 화장실에 들어가 용변을 볼 수 있다. 내가 겪었던 민망한 꼴도 없을 터이다. 이미 뉴욕의 일부 대학과 공공기관들은 이런 식으로 성차별 갈등을 불식시키고 있다.

**윤여춘 고문의 <눈산조망대> 목록을 보시려면 아래를 클릭


 
 

Total 330
번호 제   목 글쓴이 날짜 조회
300 눈산조망대/ 웃기는 '섹스파업'쇼 시애틀N 2019-05-18 5963
299 눈산조망대/ 무릎 꿇겠나요? 시애틀N 2017-09-30 5962
298 눈산조망대/ 말발굽의 공포 시애틀N 2016-04-23 5908
297 눈산조망대/ 못 미더운 엄마 젖 시애틀N 2015-04-11 5904
296 국가 유공자 (2) 눈산 2013-05-30 5853
295 눈산 조망대/ 땅속으로 간 등산 시애틀N 2014-10-18 5771
294 눈산조망대/ ‘혼밥 레스토랑’ 시애틀N 2017-10-14 5683
293 눈산조망대/ 빌리 그레이엄과 킴 윅스 시애틀N 2018-02-24 5671
292 세도나와 스노퀄미 시애틀N 2013-04-21 5621
291 눈산조망대/ 지상에서 영원으로 (1) 시애틀N 2014-08-09 5593
290 희한한 세금 시애틀N 2013-05-04 5590
289 락씨 가문의 영광 시애틀N 2013-05-04 5587
288 눈산조망대/ ‘헬 너싱홈’ 시애틀N 2017-09-02 5586
287 눈산조망대/ ‘니비루’의 악몽 시애틀N 2017-09-16 5533
286 눈산조망대/ 메인 스트리트 시애틀N 2015-05-30 5512
 1  2  3  4  5  6  7  8  9  10    



  About US I 사용자 이용 약관 I 개인 정보 보호 정책 I 광고 및 제휴 문의 I Contact Us

시애틀N

16825 48th Ave W #215 Lynnwood, WA 98037
TEL : 425-582-9795
Website : www.seattlen.com | E-mail : info@seattlen.com

COPYRIGHT © www.seattlen.com. ALL RIGHTS RESERVED.
상단으로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