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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09-14 09:25
눈산조망대/이은관과 케니 지
 글쓴이 : 시애틀N
조회 : 4,501  

한국일보 시애틀지사 고문


이은관과 케니
 
지난 토요일은 내둥 좋던 날씨가 아침부터 잔뜩 찌푸렸다.

그날 시애틀 산악회의 행선지는 스노퀄미 패스의 절경 코스인 켄돌 캣워크(Kendall Katwalk)였다. 그곳 고산준봉의 위용을 다시 보게 마음이 설렜는데, 그만 목적지가 변경됐다. 구름 속을 헤맬 같았기 때문이다회장의 결정에 따라 근처에 있는 스노 레이크(Snow Lake) 발길을 돌렸다.

하지만 크게 실망하진 않았다. 스노퀄미 일원의 알파인 레이크 가운데 가장 크고 가장 높게 자리 잡은 스노 레이크는 시애틀지역 등산객들이 첫손가락으로 꼽는 인기코스다

산악회가 올해 벌써 다녀왔는데 나는 그때마다 일이 생겨 참여하지 못했다. 그날도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가운데 남녀노소 등산객들이 돌짝길 트레일을 꼬리를 이어 올라갔다.

등산로 맞은편의 우람한 칼리텐 봉우리가 허리까지 구름 면사포를 썼다. 웨딩케익 크림 조각 같은 빙하가 녹아내려 응달의 암벽이 맨살을 드러냈다. 올여름 가뭄 탓인지 트레일 숲에 무진장이던 헉클베리가 맛보기도 못할만큼 드물다. 한인들이 눈독 드리는 버섯도 마찬가지다. 흐드러졌던 산꽃도 시들어 말랐고 나무들은 채색 옷으로 갈아입을 채비다.

이윽고 일행 24명이 호반 후미의 마당바위 종점에 도달했을 나도 모르게 속으로 “왔구나~!”라고 외쳤다. 스노 레익에 와서 감격에 겨웠기 때문이 아니다그날 저녁 보러갈 예정이었던 이은관의 ‘배뱅이 굿’ 쇼에 대한 기대감이 은연중 머리에 있었던 모양이다

트인 호수를 바라보며 ‘배뱅이 굿’의 상징 가락인 “왔구나~!”가 저절로 튀어나왔다.

맑게 저녁하늘 아래 아내와 함께 스노 레익 만큼 타코마로 내달려 겨우 정시에 도착했다. 고풍스런 판타지 극장이 거의 만원이었다. ‘다시 만날 없는 전설’이라는 부제가 붙은 인간문화재 이은관의 배뱅이 굿을 보려고 오리건에서 3시간을 달려온 사람들도 많았다. 추석을 10여일 앞둔 초가을에 고국의 정취를 맛볼 있는 안성맞춤의 공연이었다.

과연 이은관은 대단했다. 그가 내지르는 “왔구나, 왔소이다~!”는 옛날 라디오로 들었던 소리만큼 구성지고 우렁찼다. 건달무당의 해학과 능청도 여전했다

96 고령 탓으로 사설(詞設) 의자에 앉아서, () 서서 했다. 굿의 일부만 소개했고, 그나마 남녀 제자들이 상당부분을 대역했지만 우레 같은 박수가 터졌다. 맛보기만인데도 청중이 감동했다.

그런데 다음 순서에서 눈과 귀를 의심할 일이 벌어졌다. 배뱅이가 느닷없이 색소폰을 불어 제켰다. 무형문화재가 퉁소나 대금이 아닌 색소폰을 불다니? 아침에 등산 행선지가 바뀐 것만큼 아뜩했다

색소폰 연주가 특기라지만 마지막 해외공연인 배뱅이 굿에는 어울렸다. 그런 여력이 있었더라면 배뱅이 창을 소절 부르는 훨씬 좋았을 터였다.

시애틀 무대에서 앨토 색소폰을 자체가 실수다. 시애틀은 케니 (Kenny G) 텃밭이다.

시애틀에서 태어나 프랭클린고교와 워싱턴대학을 나온 케니 (57) 청아한 소프라노(앨토) 색소폰의 독특한 연주기법으로80년대 세계를 풍미한 연주가이다. ‘영원한 사랑, ‘숨 막힐 , ‘실루엣’ 히트곡 앨범이 세계에서 무려7,500만장이나 팔렸다.

배뱅이는 배뱅이로 족하다. 이은관 옹은 전통국악과 서양음악의 접목을 시도한다지만 택도 없는 소리다. 그날 이옹은 자신이 작사작곡한 ‘신방아 타령’ 삼중창을 색소폰으로 반주했는데 귀에는 국악도 서양음악도 아닌 대중가요로 들렸다. 연주기법은 신통할 만큼 케니 지를 빼닮았다. 하지만 그게 자랑거리는 못된다. 오리지널이 아닌 아류이기 때문이다.

그런 해프닝에도 불구하고 그날 이은관 쇼는 놓치지 않고 가보길 잘했다. 이옹을 수행한 제자들과, 특히 많은 어려움 속에 진귀한 국악잔치를 주최한 권다향 명창 그녀의 ‘국악 한마당’ 단원들 공연만으로도 가볼만한 가치가 충분했다

이번 쇼를 놓친 한인들을 위해 이옹을 한번 초청해줬으면 좋겠다. 하지만 색소폰은 집에 두고 오도록 말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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