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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6-11-05 12:47
눈산조망대/ 손자 손녀와의 해후
 글쓴이 : 시애틀N
조회 : 4,352  

윤여춘 한국일보 시애틀지사 고문


손자 손녀와의 해후

 
거의 1년 만에 LA 집에 내려와 아들, 며느리, 손녀, 손자와 해후했다
네 살난 손자를 무릎에 앉히니 한사코 발버둥 치면서 벗어나 애비에게로 달려간다. 장난감 선물을 줘도 효과가 별로다. 그동안 훌쩍 자란 강아지도 짖어댔다. 결코 반갑다는 제스처가 아니다다음 주 시애틀로 돌아갈 때쯤엔 손자도, 강아지도 웬만큼 낯을 익힐 터이다. 작년에도 그랬다.

손자 손녀를 볼 때마다 더 자주 내려왔어야 했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오래 전부터 보따리를 싸들고 귀향하는 게 순리라고 생각해왔다손자 손녀들과 함께 지낼 시간이 마냥 길게 남아있지 않다. 아이들은 사춘기가 되면 조부모는커녕 부모도 외면한다. 앞으로 길어봤자 10년이다. 그때쯤 나는 운신이 어려운 꼬부랑 노인이거나 아예 이 세상에 없을 수도 있다.

이런 비감어린 생각을 나만 갖고 있는 건 아니다. 많은 미국인 조부모들이 은퇴 후 손자 손녀들이 보고 싶어 자식들 집으로 합치거나 근처 동네로 이주한다

미국인 조부모(55~75세 이상) 인구는6,500여만명을 헤아린다. 이들의 가구당 중간소득은 연간 68,500달러다. 미국의 전체 가구당 중간소득보다 오히려 500달러 정도 많다. 여유가 좀 있다는 얘기다.

노후건강이나 경제여건 때문에 자식 곁으로 가려는 미국인 조부모들이 없는 건 아니지만 대부분은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손자 손녀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한다. 학교에 픽업도 해주고 식당이나 영화관에도 데려가준다. 나도 코흘리개 때 할아버지가 들려주신 옛날이야기가 지금도 기억나고, 할머니가 만들어주신 강정과 다식 생각에 군침이 돋는다.

한데, 대부분의 미국인 조부모(할머니)들은 이미 자식들과 가까운 거리에 살고 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전체 미국 성인 자녀들이 어머니 집에서 떨어져 사는 거리는 평균 18마일에 불과하다. 할머니가 베이비시터로 필요한 건 한국이나 미국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자동차로 2시간 이상 걸리는 비교적 먼 거리에 사는 성인자녀는 전체의 20%밖에 안 된다.

미국인들은 반세기전만 해도 부모와 자녀들이 대개 같은 지역에 살았다“부모 집 굴뚝의 연기가 안 보이는 거리에 살고 지고”라는 속담도 있다. 이런 추세는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대체로 교육수준이 낮거나 경제력이 없는 성인자녀들, 특히 흑인들은 부모 집에서 멀리 떠나려 들지 않는 경향이다. 히스패닉 성인 자녀들은 아예 부모 집에 얹혀 살려든다.

한국 사정은 또 다르다. 65세 이상 조부모 3명 중 2명이 자녀와 동거하지 않고 혼자, 또는 배우자와 단둘이 살고 있다. 밥벌이와 자녀양육에 급급한 자식들에게 부담이 되고 싶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자식과 함께 사는 조부모들도 대개는 경제적, 신체적으로 독립하기 어렵거나, 맞벌이 자식부부 대신 손자손녀를 양육해준다는 실용적 이유 때문이다.

요즘 은퇴하는 미국인 베이비부머 세대 중엔 비교적 경제여유가 있는 사람이 많고, 이들 중에 자식 곁으로 이주하려는 사람도 많다. 이들에게 사회학자들은 당장 손자 손녀를 보고 싶다는 충동에서 벗어나 실리를 꼼꼼히 따져보고 이주여부를 결정하라고 충고한다. 자칫하면 자녀 집의 베이비시터, 가정부, 요리사, 청소부, 정원사 노릇만 하다가 죽기 때문이다.

먼저 부모의 이주를 아들, 딸은 물론 며느리나 사위가 좋아하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당연히 오셔야지요”라는 자녀들의 입에 붙은 말을100% 믿어서는 안 된다

그들 나름대로 말 못할 사정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자녀들이 진정 환영한다면 다른 건 크게 문제될 게 없다. 이주 후의 지역사회 적응이나 친교문제, 취미생활 등은 살아가면서 해결할 수 있다.

나는 아들 가족에게서 18마일이 아닌 1,200마일이나 떨어져 살고 있다. 자동차로 2시간 이상이 아닌 비행기로 2시간 이상 걸린다. 하지만 내가 떨어져 사는 건 거리나 아들 부부의 반응과 무관하다. 자연환경이 수려한 시애틀에서의 반 은퇴생활이 너무나 즐겁다. “손자손녀와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어야 했는데…”라며 언젠가 후회할 걸 알면서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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