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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6-12-03 12:10
눈산조망대/ 애리조나의 도널드
 글쓴이 : 시애틀N
조회 : 4,278  

윤여춘 한국일보 시애틀지사 고문


애리조나의 도널드

 
‘도널드’ 하면 십중팔구 대통령당선자 트럼프를 연상하지만 특별한 도널드가 또 한명 있다.  

트럼프가 태어났을 때 이미 영웅이었던 도널드 스트래턴(94)이다. 그는 1941 127일 하와이 진주만을 기습폭격한 일본군 가미카제 떼거리와 맞싸운 전함 애리조나호의 19세 포병이었다. 수장된 애리조나호에서 살아남은 장병 가운데 아직 생존하는 5명 중 하나이다.

‘진주만 치욕’ 75주년이 다가오면서 스트래턴 할아버지가 명사로 떠올랐다. 그는 지난주 애리조나호 참사의 회고록 겸 자서전인 <그 모든 용감한 사람들>을 출간했다

당시 애리조나호는 가미카제 특공대의 자살폭격으로 화약고가 폭발해 불덩어리가 됐다. 전신의 65% 이상에 화상을 입은 스트래턴은 70피트 길이의 밧줄에 매달려 옆에 있던 정비선으로 탈출했다.

책이 출간된 다음 날인 1123, 스트래턴은 수장된 애리조나호 내부 모습을 처음으로 공개한 공영방송 PBS의 진주만피습 75주년 기념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원격조종 카메라가 선실을 비추자 “저기 저 전구 좀 봐, 아니 전화기도 그냥 있네…”라며 감회에 젖었다. 선실은 의외로 깨끗했다. 무더기로 쌓여 있을 줄 알았던 수병들의 유골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애리조나호의 최후는 허망했다. 스트래턴 등 포병들이 재빨리 포대로 올라가 모기떼처럼 달려붙는 가미카제에 응사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거함은 4차례 폭격당한 후 15분만에 침몰했다. 일요일 아침, 선실에서 느긋하게 쉬고 있던 수병 1,511명 중 1,177명이 졸지에 목숨을 잃었다. 진주만 피습의 전체 희생자 2,403명 중 거의 절반이 애리조나호 장병들이었다.

스트래턴은 불에 탄 왼쪽 팔을 절단하려는 의사를 뿌리치고 재활치료를 받아 거의 회복됐다. 이듬해 의병제대한 후 네브래스카주 고향 마을로 돌아갔지만 친구들이 입대하고 한 명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는 가미카제에 복수할 겸 해군에 재 지원입대했고, 1945년 오키나와 전투에서 82일간 지옥을 또 다시 경험한 후 그해 815일 일본의 항복으로 개선했다.

그후 콜로라도 스프링스에 정착한 스트래턴은 애리조나호의 비극을 가슴에 묻고 떠벌이지 않았다. 66년을 해로한 그의 부인조차도 남편의 책을 읽고서야 그가 겪은 참상을 알았다며 울먹였다

스트래턴은 그동안 해마다 진주만 해상에 세워진 애리조나 기념관을 찾아가 옛 전우들의 명복을 빌었다. 나이 탓에 올해 방문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며 숙연해 했다.

하와이 지사 편집국장 시절인 30여년 전 애리조나 기념관을 처음 찾아갔다

지휘탑과 포대 등 상부구조가 철거된 애리조나호 선체 위를 가로질러 흰색 기념관이 다리처럼 서 있다. 맨 끝 쪽에 전몰장병의 이름이 새겨진 대리석 벽이 세워져 있고 중간쯤에 방문자와 관광객들이 물속에 어른거리는 애리조나 잔해를 내려다보며 꽃을 던질 수 있도록 벽이 트여 있다.

해군은 진주만 피습 10년 후인 1951년 기념관 건립예산을 신청했지만 당시 한국전에 손이 묶여있던 연방정부가 이를 외면했다

그후 1958년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민간기부금 50만달러로 국립 기념관을 짓도록 조치했고, 결국엔 연방 정부가 20만달러를 지원했다. 민간기부금 30만달러 중에는 엘비스 프레슬리의 현지공연 수익금 5만달러가 포함됐다.

해군이 건립했지만 국립공원국이 운영을 맡고 있는 애리조나호에선 지금도 기름이 조금씩 새어나온다. ‘애리조나의 눈물’로 불린다. 환경파괴 위험이 거론되지만 손대지 않는다. 성역이기 때문이다

지난 1999년 전함 미주리호가 애리조나 기념관 옆으로 옮겨와 이 성역을 지키고 있다. 미주리 함상에서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이 일본 천황의 항복을 받아냈었다.

스트래턴의 애리조나호 회고담을 읽으며 세월호를 떠올렸다. 사고발생 후 2년반이 지났지만 아직도 유가족들이 항의시위를 벌인다최근엔 정부의 ‘인신공양’ 음모론까지 나돈다

애리조나호 참사가 한국에서 일어났더라면 대통령과 국방장관이 당장 탄핵됐을 터이다. 당시 미국의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은 4선에 성공했다. 그게 한국과 미국의 다른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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