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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3-18 11:12
눈산조망대/ ‘남의 자식’ 탓
 글쓴이 : 시애틀N
조회 : 4,458  

윤여춘 한국일보 시애틀지사 고문

‘남의 자식’ 탓
 
“우리가 남이가”라는 말이 20여년전 유행했다. 노태우 정부의 법무장관이었던 김기춘(최근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 14대 대선(1992)을 앞두고 한 말이다. 그 선거는 김영삼-김대중-정주영의 3파전이었지만 여당후보였던 김영삼이 텃밭에서 의외로 고전하자 김기춘이 지역 기관장들을 부산의 ‘초원복국’ 식당에 모아놓고 지역감정을 부추긴 말이었다.

김기춘은 “우리가 남이가! 요렇게 부산-경남-경북만 딱 단결하면 안 되는 일이 없다. 지역감정이 유치할진 몰라도 고향발전에 도움이 된다. 민간에서 지역감정을 좀 불러일으켜 화끈하게 도와달라”고 말했다

그 지역감정은 군부 독재정권이 종식된 후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스멀거리지만 이제는 그보다 이념감정(좌파-우파, 촛불-태극기)이 훨씬 더 극성스럽다.

진보-보수의 대결상황은 미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역감정으로 내전(남북전쟁)까지 치른 미국이지만 정치근간은 늘 진보(민주)-보수(공화)의 이념대결이었고, 국민들도 후보의 출신배경보다 이념(정책공약)을 보고 백악관 주인을 결정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보수 중에서도 특히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소위 ‘보수 포퓰리즘’(우익 대중주의)의 표상이다.

그 우익 포퓰리즘으로 욕을 먹으면서도 크게 떠오른 트럼프의 열렬한 추종자가 요즘 화제를 모으고 있다. 공화당의 스티브 킹 연방 하원의원이다. 북부 아이오와주의 백인밀집 농촌지역 출신으로 7선 관록을 자랑하는 킹 의원은 ‘꼴통 보수’ 정치인이다. 이민자와 외국인들을 혐오하고, 총기소지 권리를 옹호하며 낙태자유와 성소수자의 동등권을 극력 반대한다.

그 정도의 보수 정치인은 숱하게 많다. 트럼프 바람을 타고 앞으로 더 많아질 터이다. 시골출신인 킹이 전국 주요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갑자기 저명인사가 된 이유는 따로 있다. 그가 지난 12일 트럼프 식으로 트위터에 올린 글 때문이다

“남의 자식들과 함께 우리(미국) 문화를 되살릴 수 없다”는 게 그 요지이다. “우리가 남이가”의 미국 버전이다.

킹은 네덜란드 총선에 출마한 기어트 윌더스(현지 발음으로는 헤이르트 빌데르스)후보를 지지한다며 이 글을 트윗했다. 자유당(PVV) 대표인 윌더스는 ‘화란의 트럼프’로 불리는 극우 보수 정치인이다. 그는 유럽에 무슬림 이민자들이 너무 많아 안전을 위협한다며 이슬람 사원 폐쇄, 쿠란 금지, 망명신청자 국경봉쇄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트럼프의 판박이다.

미국문화 수호의 선봉장을 자처하는 킹은 이 트윗에서 “우리 운명이 문화와 인구에 달려있음을 윌더스가 이해하고 있다”고 칭송했다. 그 문화가 남의 자식들의 이질문화에 훼손되지 않도록 다수인구(백인)가 지켜야한다는 의미다. 항의가 빗발쳤지만 킹은 “할 말을 했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이민자들은 인종이 아닌 문화배경이 문제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킹의 트윗 글을 가장 먼저, 가장 크게 환영한 사람이 있다. KKK(백인우월주의 단체)의 데이빗 듀크 전 회장이다. 그는 “킹에게 신의 축복이 있기를…”이라고 트윗했다. 킹의 선거구 주민들도 여전히 그를 지지했다. 공화당 고위층이 킹을 공식 질책하지도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대변인을 통해  “나는 그()의 의견과 다르다”고 간단히 코멘트 했다.

포퓰리즘엔 마력이 딸려 있다. 윌더스가 지난 13일 네덜란드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선거기간 중 태풍의 눈이었다. ‘미국 우선주의’의 포퓰리즘을 내건 트럼프도 예상을 뒤엎고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우리가 남이가”라는 김기춘 말이 녹음된 테이프가 언론에 공개돼 역풍을 맞을뻔한 김영삼은 그 테이프가 촉발한 지역감정 바람에 너끈히 당선됐다.

오는 5월 한국의 19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후보(정당)들 간에 또 포퓰리즘이 난무할 터이다. 한국에선 보수보다 진보 측 포퓰리즘이 강세였다. 하지만 포퓰리즘도 호시절 얘기다. 이젠 촛불과 태극기로 갈려져 상대방을 ‘남의 자식’으로 매도하는 이념대결로 한국이 위기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남의 자식들과 함께 나라를 바로 잡을 수 없다는 억지가 지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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