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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4-15 02:35
눈산조망대/ 비행기 타기 겁난다
 글쓴이 : 시애틀N
조회 : 4,811  

윤여춘 한국일보 시애틀지사 고문


비행기 타기 겁난다
 
요즘 서울 젊은이들 중엔 자가운전 출근자가 많지만 나는 예전에 콩나물시루보다 더 빽빽한 시내버스를 타고 출근했었다. 내릴 때까지 옴짝달싹 못하고 시달려도 버스에 탄 것 자체로 만족했었다. 이미 초만원이 돼 도착한 버스로 몰려드는 승객들을 여차장이 우격다짐으로 밀어붙여 모두 태웠다. 다음 버스를 타라고 차장이 권하는 건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비슷하게 상상 못할 일이 미국에서 일어나 한 주간 내내 시끄러웠다. 시카고발 루이빌(켄터키 주)행의 유나이티드항공(UAL) 여객기에 탑승한 동양계 노인의사 데이빗 다오가 “다른 급한 승객을 위해 자리를 양보하고 다음 비행기를 이용해달라”는 항공사 측의 요청을 거절했다가 공항 경찰관들에 의해 짐승처럼 통로 바닥에 깔려진 채 질질 끌려 내쫓겼다.

이 모습이 찍힌 탑승객의 비디오가 소셜미디어에 뜨자 온 미국이 발칵 뒤집혔다

특히 UAL 총수인 오스카 무노즈의 뻔뻔한 첫 말이 불길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혼란스럽고 호전적’인 다오를 승무원들이 규정대로 다뤄 임무를 훌륭히 완수했다고 치켜세웠다

뉴욕타임스와 CNN을 비롯한 전국의 주요 신문-TV들이 일제히 무노즈와 UAL을 두들겨 팼다.
다시는 UAL 비행기를 타지 않겠다며 항공사 크레딧카드와 마일리지카드를 찢어버리는 단골고객들도 속출했다

시카고 시의회는 물론 연방상원 교통위원회도 조사하겠다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미 자리에 앉은 티켓 구입 승객을 강제로 끌어 내린 건 ‘끔찍한 일’이라고 개탄했다. UAL이 항공시장을 주도하는 중국에선 비디오 조회가 1억 건을 넘었다.

이 사건은 항공업계의 고질인 초과예약(overbooking)에서 발단됐다. UAL은 이날도 초과예약으로 만원이 되자 승객 중 4명이 자발적으로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다음날 루이빌-뉴와크 노선에 배정된 승무원 4명이 탑승해야 한다고 했다. 자원자가 없자 UAL은 승객 4명을 임의로 찍었다. 그 중 3명은 800달러씩 보상받고 응했지만 다오는 완강하게 거부했다.

처음엔 그도 자리를 양보하려고 했다. 하지만 다음 비행기가 이튿날 오후에나 있다는 말을 듣고는 자리에 도루 앉았다. 비행기에서 내리면 다음날 아침 예약 환자를 진료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이윽고 경찰관 3명이 기내에 들어와 다오를 완력으로 끌어냈다. 그 과정에서 다오는 이빨 2개가 빠지고 코뼈가 부러지는 등 중상을 입고 시카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지난 1975년 월남패망 후 ‘보트 피플’로 미국에 망명한 다오(69)는 부인과 자녀 4명이 의사이다.

그는 월남탈출 때보다 비행기에서 개처럼 끌려 내려온 게 더 무서웠다고 토로했다. 소송을 준비 중인 그의 변호사는 UAL의 문제해결 방법이 고식적이었다고 꼬집었다. 보상금을 최고한도(1,350달러)까지 올렸더라면 자원해서 내릴 승객이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 변호사는 다오가 인종차별을 받은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가 백인 의사였다면 그처럼 야만적인 행패를 당했을까? 트럼프의 반 이민정책으로 유색인종이 쪽을 못 쓰는 세태다. 항공여행 분야가 특히 그렇다. UAL의 자체 ‘승객퇴출 규정’이 적용됐다지만 다오는 제외 받을 명분이 충분했다. 당시 부인을 동반했고, 다음날 피치 못할 업무가 있었다.

UAL은 지난달 덴버공항에서 레깅을 입은 두 소녀의 탑승을 막았고, 지난주엔 하와이발  LA행 여객기의 1등석 고객을 이코노미석으로 쫓아내 논란을 일으켰다. 결국 UAL은 이번 다오 사건으로 값비싼 대가를 치렀다. 주가가 한때 4%까지 떨어져 25,000만달러를 손해봤다. 모든 승객들에게 항공료를 환불해줬고, 다오에겐 엄청난 금액을 보상해야 한다.

UAL뿐 아니라 모든 항공사들이 돈벌이에 급급하다. 배기지(수화물) 운임을 따로 받는다. 이코노미 칸에 다리를 뻗을 수 있는 좌석을 몇개 마련해 웃돈을 받고 판다. 초과예약은 정례가 됐다.

서울 시내버스처럼 한 명이라도 더 태우려고 안달이다. 하지만 서울 시내버스는 일단 탄 승객을 무지막지하게 내쫓지 않는다. 미국 항공사들보다는 그나마 인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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