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로그인 | 회원가입 | 2024-04-16 (화)

시애틀N 최신 기사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2021년 1월 시애틀N 사이트를 개편하였습니다. 열람하고 있는 사이트에서 2021년 이전 자료들을 확인 할수 있습니다.

시애틀N 최신 기사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작성일 : 17-06-24 02:35
눈산조망대/ 미국의 불치병
 글쓴이 : 시애틀N
조회 : 3,970  

윤여춘 한국일보 시애틀지사 고문

미국의 불치병
 
우리 전래동화에 ‘호랑이와 곶감’ 얘기가 있다. 엄마가 “귀신 온다” “호랑이 온다”하며 을러도 계속 징징대던 아기가 “곶감”이라는 한마디에 울음을 뚝 그쳤다

문밖에서 엿듣고 주눅 든 호랑이가 소를 잡아 먹으려고 캄캄한 외양간에 들어가자 숨어 든 소도둑이 그게 소인 줄 알고 올라탔고, 호랑이는 자기보다 센 곶감이 등에 탄 줄 알고 밤새 줄행랑쳤다.

내가 어렸을 때는 곶감보다 더 무서운게 있었다. ‘순사’였다. 엄마들이 우는 아이를 달랠 때 흔히 “순사 온다”며 을러댔다. 순사는 일본경찰의 말단 계급으로 한국경찰의 순경에 해당한다.

일제 강점기 시절의 ‘왜놈 순사’들이 어찌나 잔혹했던지 우리 조상들은 아기를 달랠 때 최고 공포의 대상인 순사를 들먹였고, 그 전통이 우리들 부모세대까지 이어졌다.

요즘엔 그 왜놈 순사들보다 미국경찰이 더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미국인들은 아이를 달랠 때 폴리스를 둘러대지 않는다. 미국 아이들에겐 경찰관이 친구다. 초등학교의 줄다리기 게임에선 어린이들이 항상 경찰관들을 이긴다. 경찰이 어린이를 수행하는 ‘경관과 함께 쇼핑하기’ 행사도 있다. 하지만 소수민족, 특히 흑인들에겐 경찰이 여전히 ‘순사’다.

지난 2015 1 1일 이후 현재까지 전국에서 1,502명이 경찰관 총에 맞아 죽었다. 그중 732(49%)이 백인, 381(24%)이 흑인이다. 미국인구의 62%가 백인, 13%가 흑인인 점을 감안하면 흑인이 경찰 총에 죽을 확률은 백인보다 2.5배 많다. 비무장상태의 피살자는 백인과 흑인이 똑같이 50명이었다. 비무장 흑인의 피살율이 5배나 높다는 의미다.

특히 이 기간 경찰총격으로 죽은 흑인청년(18~29)은 지난해 큰 논란을 일으켰던 미주리주 퍼거슨의 마이클 브라운을 포함해 175명이다. 그중 24명이 비무장상태였다. 반면에 백인청년 피살자는 172, 비무장 희생자는 18명이었다. 역시 인구비율을 감안하면 이 기간 경찰총격으로 죽은 전체 비무장 희생자 중 40%가 흑인청년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아버지날이었던 지난 18일 시애틀에서 아버지 없이 자라온 4명의 흑인 어린이가 엄마 샬리나 라일스(30)를 졸지에, 바로 목전에서, 경찰총격으로 잃었다. 라일스 여인의 뱃속에는 다섯 번째 아기가 들어 있었다. 홈리스 전력에 정신질환자이며 공무집행 방해 등 전과기록도 있는 라일스 여인은 올해 들어 전국에서 경찰총격으로 죽은 451번째 희생자이다.

라일스는 사건당일 아침 도둑이 X박스 게임기를 훔쳐갔다고 911에 신고했다. 무숙자 임시 거처인 그녀의 아파트에 출동한 두 백인경관은 그녀가 정신질환자임을 알고 있었다. 라일스는 손에 칼을 들고 복도로 나와 경관들에게 접근했고, 경찰관들은 “물러나라”고 거듭 경고했다. 아기 울음소리가 들린 후 탕탕탕 총소리가 울렸고 라일스는 현장에서 숨졌다.

라일스의 가족과 흑인인권단체들은 이 사건이 시애틀경찰국의 고질인 과잉진압과 인종차별의 본보기라며 절규했다. 두 경관이 라일스의 신상배경을 알면서도 전기총(테이저)이나 최루가스 같은 비치명적 무기를 휴대하지 않은 점, 물러나라고 경고만 했을 뿐 설득과 일시 퇴각 등 사태악화 예방과정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총격한 점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정신질환자들이 활보하는 허술한 사회환경이 경찰보다 더 책임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시애틀타임스는 “정신질환은 총으로 치료될 수 없는 질병”이라고 꼬집었고, 뉴욕타임스는 “라일스가 치료 대신 죽임을 받았다”고 개탄했다. 시애틀경찰관들이 바디캠(유니폼 카메라) 장착을 거부하는 탓에 라일스 사건의 현장진상을 알 수 없다는 것도 문제로 대두됐다.

경찰총격은 잠시 떠들썩했다가 잊힌 후 재발하는 미국의 불치병이 됐다. 총 가진 사람이 너무 많아 겁먹은 경찰이 먼저 총부터 쏘고 본다. 총기규제가 엄격한 한국과 유럽국가에선 경찰총격이 드물다. 그동안 시애틀경찰관 37명이 업무수행 중 총격 받고 죽었다. 겁을 낼만도 하다. 무엇보다도 트럼프 행정부에 총기규제 강화를 기대할 수 없는게 유감이다.


 
 

Total 330
번호 제   목 글쓴이 날짜 조회
225 눈산조망대/ 나가사키와 핸포드 시애틀N 2017-08-12 4231
224 눈산조망대/ 옛날 호시절(Good old days) 시애틀N 2017-08-05 4196
223 눈산조망대/ 애완견, 식용견 시애틀N 2017-07-29 3836
222 눈산조망대/ O. J. 심슨과 김정환 시애틀N 2017-07-22 3601
221 눈산조망대/ 소통령과 ‘소도널드’ 시애틀N 2017-07-15 3856
220 눈산조망대/ ‘북한이 답이야, 멍청아’ 시애틀N 2017-07-08 3832
219 눈산조망대/ 불로불사약과 폭죽 시애틀N 2017-07-01 4067
218 눈산조망대/ 미국의 불치병 시애틀N 2017-06-24 3972
217 눈산조망대/ ‘벌레’의 밀사역할? 시애틀N 2017-06-17 4829
216 눈산조망대/ 파뿌리와 창포뿌리 시애틀N 2017-06-10 5210
215 눈산조망대/ 겁나는 ‘또라이’들 시애틀N 2017-06-03 4880
214 눈산조망대/ 양성, 중성, 간성, 무성… 시애틀N 2017-05-27 5207
213 눈산조망대/ 진화하는 전화 시애틀N 2017-05-20 4766
212 눈산조망대/ 천재 노인의 시대 시애틀N 2017-05-13 5050
211 눈산조망대/ 두 사람이 만난다면 시애틀N 2017-05-06 4860
 1  2  3  4  5  6  7  8  9  10    



  About US I 사용자 이용 약관 I 개인 정보 보호 정책 I 광고 및 제휴 문의 I Contact Us

시애틀N

16825 48th Ave W #215 Lynnwood, WA 98037
TEL : 425-582-9795
Website : www.seattlen.com | E-mail : info@seattlen.com

COPYRIGHT © www.seattlen.com. ALL RIGHTS RESERVED.
상단으로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