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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10-20 10:20
눈산조망대/ 포카혼타스는 슬프다
 글쓴이 : 시애틀N
조회 : 4,641  

윤여춘 한국일보 시애틀지사 고문

포카혼타스는 슬프다
 
우리 겨레는 단군 할아버지를 조상으로 한 단일민족임을 자랑한다. 하지만 우리 민족이 순수, 고유의 혈통을 유지한 단일민족은 아니다

세상에 그런 민족은 없다. 우리 피에도 단군조선 이래 반만년의 장구한 세월 속에 주변 나라들의 침략을 무수히 겪으며 타민족 피가 흘러들었다. 요즘도 소위 다문화 결혼이 일반화돼 다른 인종의 피가 계속 섞이고 있다.

인종 용광로로 불리는 미국은 더 말할 나위 없다. 인디언들만 살던 땅에 지구촌의 거의 모든 민족이 모여 살면서 피가 복잡하게 섞였다

지난 2014년 미국인 16만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유전자 조사 결과 원주민 피가 1% 이상 포함된 백인들만 500여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흑인들 피에도 백인 유전자가 24%, 원주민 유전자가 0.8% 섞여 있었다.

버지니아 주의회는1924년 백인의 혼혈을 막으려고 ‘인종보전 법’을 정해 “다른 인종의 피가 명백하게 한 방울도 섞이지 않은 사람들만” 백인으로 인정했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당시 버지니아에서 행세했던 많은 명문가족들이 ‘포카혼타스의 후예’를 자처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주의회는 어쩔 수 없이 법을 개정해 포카혼타스 자손들을 백인으로 인정했다.

포카혼타스는 체로키 인디언부족 땅이었던 버지니아에서 1596년 태어난 추장의 딸이다. 이름의 뜻처럼 ‘말괄량이 소녀’였던 포카혼타스는 영국인 정착민들과 친해졌고, 아버지에게 붙잡혀 맞아죽을 위기에 처한 호위대장 존 스미스 대위를 구해줬다. 정착민 존 롤프와 결혼해 아기를 낳고 영국에서 죽은 그녀는 원주민 피가 섞인 미국백인들의 조상을 상징한다.

그 포카혼타스가 420여년 만에 부활했다. 하버드대학의 법학교수 출신으로 현직 매사추세츠주 연방 상원의원이자 2020년 대통령 선거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할 예정인 엘리자베스 워렌이 ‘현대판 포카혼타스’다. 광대뼈 나온 백인인 그녀는 2020년 맞붙을 수도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체로키부족과 민주당 측으로부터도 호된 비판을 받고 있다.

오래 전부터 자신이 원주민 혈통이라고 말해온 워렌 의원을 트럼프는 ‘(나쁜) 포카혼타스’라고 놀리며 “그 말이 사실임을 증명하면 100만달러를 그녀가 지정하는 자선단체에 기부하겠다”고 공언했다. 워렌은 최근 자신의 피에 원주민 유전자가 들어 있음을 입증한 DNA 검사결과를 공표하고 트럼프에게 약속한 기부금을 원주민 여성단체에 주라고 윽박질했다.

난처해진 트럼프는 처음엔 그런 약속을 한 적이 없다고 잡아뗐다가 더 궁지에 몰리자 DNA 검사가 엉터리라며 “원주민 유전자가 고작1024분의 1 섞였을 뿐인데 인디언 행세를 하며 사기극을 벌인 워렌이 사과해야 마땅하다”고 역공했다. 민주당도 중간선거를 코앞에 두고 워렌이 공연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어 공화당 측에 좋은 공격 자료를 줬다며 나무랐다.

체로키를 비롯한 원주민부족의 비판은 더욱 거셌다. 이들은 원주민 자격은 당사자의 DNA 검사가 아니라 고유 언어와 전통과 풍습을 공유하는지 여부로 결정된다며 그동안 원주민들의 인권과 생존권이 걸린 이슈들이 대두될 때마다 잠잠했던 워렌이 뒤늦게 원주민 혈통을 내세우는 저의가 무엇이냐고 따졌다. 미국의 대다수 언론들도 이들의 주장을 두둔했다.

미국 백인들은 유난하게 원주민 혈통에 연연한다. ‘체로키 신드롬’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지난 2010년 센서스에서 자신을 체로키라고 밝힌 사람이 819,000명이었다. 하지만 실제 체로키 부족원은 40만명도 안 된다. 인권운동가들을 이들이 원주민 기득권을 노리는 백인들이거나 유색인종을 탄압하는 백인우월주의자들(KKK)의 위장일 수도 있다고 꼬집는다.

어쨌거나 지하의 포카혼타스는 슬프게 됐다. 신대륙 초창기 ‘침략자’와 사랑에 빠진 로맨스의 심볼이었던 자신의 이미지가 엉뚱하게 선거에 악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원주민 언론인은 워렌과 트럼프가 각각 100만달러씩 벌금을 내야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내 어느 인종보다도 한인과 DNA가 비슷할 원주민들의 처지가 남의 일 같지 않아 새삼 측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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