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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9-10-26 08:53
눈산조망대/ 백마 탄 왕자
 글쓴이 : 시애틀N
조회 : 8,861  

윤여춘 한국일보 시애틀지사 전 고문
 
백마 탄 왕자
 
나관중의 삼국지(연의)적토마()’가 나온다. 색갈이 붉고 토끼처럼 민첩할 뿐 아니라 단숨에 1,000리를 달릴 만큼 힘이 좋다. 두 양아버지를 참살한 패륜 장수 여포가 그 말을 타고 유비·관우·장비 삼형제를 싸잡아서 상대했다. 여포는 나중에 조조의 손에 죽었고, 적토마는 역시 조조에게 포로로 잡혀있던 관우에게 하사됐다.

중원을 내닫던 적토마가 1,800여년 뒤 북한 땅에 나타났다. 북한경제가 한국동란으로 나락에 떨어지고 소련 원조까지 끊어지자 김일성이 국민들에게 “천리마를 탄 기세로 사회주의 건설의 혁명적 대고조를 일으키자”며 증산 캠페인을 벌였다. 요즘 김정은도 산업현장을 돌며 할아버지가 시작한 ‘자력갱생’의 천리마 운동을 재탕하고 있다.

김정은은 지난주 실제로 말을 타고 백두산과 양강도 건설공사장을 시찰했다. 적토마가 아니라 백마였다. 환생한 여포마냥 당당하고, 백설공주를 죽음의 잠에서 깨워준 왕자처럼 멋지지만 양아들 여포의 ‘방천화극’에 비명횡사한 폭군 동탁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뚱보체격 탓이다. 김정은 뒤엔 여동생 김여정이 역시 백마를 타고 따른다.

백마 탄 왕자는 디즈니 만화영화에만 나오는 게 아니다. 북한에선 백마가 ‘백두혈통’(김일성 일가)의 상징이다. 김씨 가족 외에는 백마를 타지 못한다. 항일 빨치산 시절 장백산 일대를 누볐다는 김일성의 백마 탄 그림은 북한 도처의 주요 기념관에 전시돼 있다. 어린 김정은이 아버지 김정일과 나란히 백마를 타고 달리는 그림도 있다.

뜬금없이 북한 관영언론들이 대문짝만하게 보도한 김정은의 백마행보 사진을 미국 신문과 TV들도 다투어 전재했다. ‘해외토픽’란이 아니다. 최근 스웨덴에서 열린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이 결렬된 뒤 벌어진 이색 쇼여서 예삿일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미국은 북한의 동태를 탐지하기 위해 특수 정찰기를 한국에 급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의 백마쇼 사진에 곁들여 “김정은 동지께서 백두의 첫눈을 맞으시며 몸소 백마를 타시고 백두산정에 오르셨다. 동행한 일꾼들 모두가 또다시 세상이 놀라고 우리 혁명이 한걸음 전진될 웅대한 작전이 펼쳐질 것이라는 확신을 받았다”는 격문을 실었다. 핵·미사일 실험을 계속할 것이라는 협박으로 들린다.

하긴, 김정은이 백두산을 오른 뒤엔 큰일이 일어났었다. 백마를 탄 건 아니지만 2013 11월 방문 직후 고모부인 장성택 국방부위원장을 총살했다.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덜돼먹었다고 했다. 2017 12월 방문 후 다음달 발표한 신년사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의지를 밝혔고 그해6월 싱가포르에서 역사적인 첫 북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이번 백두산 방문에서도 김정은은 “미국을 위수로 하는 반공화국 적대세력들이 강요해온 고통은 그대로 우리 인민의 분노로 변했다”며 “그 누구의 도움을 바래서도, 그 어떤 유혹에 귀를 기울여서도 안 되고 오직 자력부강, 자력번영의 길을 침로로 정하고 지금처럼 계속 자력갱생의 기치를 더욱 높이 들고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괜히 백두산에 갔겠냐며 곧 미국 본토를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실험을 재개할 뜻을 암암리에 위협한 것이라고 풀이한다. 하지만 인민들에게 생뚱맞게 토끼사육을 권장할 만큼 극심한 식량난에 봉착한 김정은이 백마 탄 자신의 기상을 뽐내며 자력갱생을 더 부추기려는 내부용 쇼라는 시각도 있다.

어쨌거나 김정은은 천리마와 비교가 안 되게 빠르고 강한 핵무기를 갖췄다. 북미 협상에서 주도권을 거머쥔 모양새다. 김정은을 구슬려 노벨 평화상도 받고 내년 대선에서 호재로 써먹으려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요즘 탄핵위기에 몰려 잔뜩 움츠렸다. 더 안 된 건 한반도 평화문제 협상에서 완전히 왕따 당하는 문재인 대통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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