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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12-23 12:07
[해설과 함께 하는 서북미 좋은시- 조영철] 벌(罰)
 글쓴이 : 시애틀N
조회 : 2,373  

조영철 시인(서북미문인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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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르는 아침 해를 가린다고
마당에 우뚝한 소나무를 잘랐더니
참수된 목에서 피를 토한다
 
땀을 식힐 겸
그루터기에 앉았다 일어서는데
잘린 밑뿌리가
아랫도리를 물고 늘어진다
 
이 꼴을 지켜보던 새가
끈적이는 공간에 똥을 갈기며
토막 난 몸에서
솔방울 하나 물고 사라진다
 
잠시 머뭇거리던 해는
불모의 나이테를 그리고 있고
 
<해 설>

시인의 눈은 육안이 아닌 정신의 눈이요 영혼의 눈이다. 정신의 눈과 영혼의 눈으로 보는 시인은 윤동주 시인처럼 바람에 이는 잎새 한 장에도 부끄러운 자아상을 본다

이 작품 속에서도 작가는 햇빛을 가리는 소나무를 자르고 그 나무 목에서 피를 본다. 시인은 그 나무를 참수한 자신의 죄의식을 고백하고 있는 것이다

그가 자른 나무는 그의 아랫도리를 물고 늘어지고 새가 똥을 갈긴다는 시인의 진술은 시 제목에서 보듯 그가 벌을 받는다는 자의식을 반영시키고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소나무를 잘라 그 생명을 불모의 존재로 만든 시인은 자연의 귀중한 생명의 가치에 대한 새로운 영적 눈을 뜨게 됨으로써 보다 성숙한 영안의 시인으로 가는 길을 찾았다는 점에서 시적 의미망을 공고히 구축해 주목된다.   김영호 시인(숭실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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