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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9-01-27 16:48
[서북미 좋은 시- 문창국] 겨울 동강
 글쓴이 : 시애틀N
조회 : 3,938  

문창국 시인(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 지부 회장)
 
겨울 동강

 
뼈대 들어난 겨울 태백산
굽이 굽이 얼음 골 계곡을 타고
흘러 흘러서 내가 되고
뭠춰 서면 여울이 되는
 
강으로 향하는 소릿길
동물들이 낸 길입니다
그 길 따라 나도 강으로 향합니다
가다가 우연이라도 마주치면
누구랄 것도 없이 먼저 길을 내주면 그만입니다
 
백운산 직벽으로 찬바람은 몰아치고
겨울 만난 강의 울음소리 듣는다면
더 이상 외로움에 대하여 말할 수 없습니다
 
얼음 위로 쌓였던 싸락눈이 바람에 휩쓸려
강둑에 무덤처럼 근심을 쌓아놓습니다
눈이 내리면 흐르던 강물도 멈춰 서서
쉰 호흡 가다듬고 외투깃 여밉니다
 
강가에서부터 얼기 시작하는 강
나루터에 발 묶인 배
직벽 아래 강심의 물빛은 초록으로 깊어
시름으로 출렁이고
 
뚝방 길 줄지어 선 미루나무
벼린 칼같은 표정 속에서
금방이라도 질식할 것 같은
매몰되는 어스름한 저녁
 
하루 쯤 늦어도 좋다는 듯
흐르다 멈춘 강을 뉘여
코트처럼 내리는 산그림자 끌어 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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