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도 없고 쓸개도 없다
밸(배알)도 없다
배알은 ‘창자’를 비속하게 이르는 말이다..밸은 ‘배알’의 준말.
창자의 한자어는 애(腸)이다.
뉘 지븨셔 애긋난 소리랄 工巧히 짓나니오(誰家工巧作斷腸聲) <杜詩諺解초五六50>
애 댱(腸) <訓蒙字會 上37>
‘배알’의 이전의 말로 재구성하면 ‘배살>배알(O을 옛 문자△로 대치)>배알’이 된다.
혹자에 따라서는 ‘배살’의 ‘살’을 살(肉)로 보기도 하지만 ‘배+살’ 합성어로 해석하면 무리가 따른다.
현대어 중에 남아 있는 말에 국수사리를 보자.
‘사리’는 창자처럼 기다란 모양을 지니고 있을 때 쓴다.
국수, 새끼, 실 따위를 헝클어지지 아니하도록 둥그렇게 포개어 감아 놓은 모양을 우리는 ‘서리서리’ 부사어로 사용하고 있다.
靑丘永言의 황진이 시조 중에 ‘靑風 이불아래 서리서리 너헛다가(님 오시는 날 굽이굽이 펴리라)’를 해석하면, 다음과 같다.
‘님을 생각하며 동짓날 기나긴 밤을 봄날의 따뜻한 이불 속에 길게길게 넣었다가‘
하나 더,
‘돌(廻)+사리다’의 ‘도사리다(蟠)’는 뱀같이 긴 물체가 몸을 말아 모으고 있을 때 쓰는 표현이다.
공무원들이 제 할 소리 못하고 있는 형국은 몸사리(伏地不動)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사리다’의 모음 교체형인 ‘서리다’는 국수, 새끼, 실 따위를 헝클어지지 아니하도록 둥그렇게 포개어 감아져 있음을 말한다.
애(腸)와 관련된 어휘의 예를 몇 가지 보이겠다.
부모님들이나 선생님들은 자신들에게 맡겨진 어린 자녀들은 위해 항상 애쓰고 있다.
속이 바싹 타서 애타다/애끓다/애마르다(말리다).
아름다운 젊은 여인은 애간장을 녹인다.
기다리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애간장은 바싹(바짝) 마르게 된다.
밸도 없고 쓸개도 없는 사람들입니다. 성내지도 않고 울지도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