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뿌리 공부-4] 글/그림
말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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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건주에 사는 한인 임성수씨가 한국어의 어원을 풀이해주는 <말뿌리 공부>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임씨는 한국 인하대와 한양대 대학원에서 국어학을 전공했으며 현재 포틀랜드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민 생활을 하면서 모국어의 어원을 공부하는 <말뿌리 공부>에 독자 여러분의 성원을 당부 드립니다/ 편집자註]
글/그림
인간은 손이 있기 때문에 긁을 수가 있다.
초기 원시 시대에는 큰 바위에 자신의 생각을 그림이나 암호로 긁어 표시했다.
⌈그림⌋은 ⌈그리-⌋어간에 동명사형 어미 -m이 붙은 형태이며, ⌈글⌋은 어근 자체가 명사형을 이루고 있다.
잠시 일본어를 보게 되면, 書かく는 글을 쓰는 것이고, 描えがく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그리고 ⌈긁다⌋는 搔かく로 모두 공히 ⌈かく⌋로 발음됨을 알 수 있고, 영어에서도 scratch/scribe가 ⌈긁다⌋와 관계있음을 알 수 있다.
⌈긁다⌋는 ⌈갉다⌋를 파생시키고, 경남 방언에는 ⌈가렵다⌋는 ⌈건지럽다⌋의 이형태를 만들어낸다. 이는 물론 ⌈간지럽다⌋의 이형태이다.
제주 방언에 ⌈갈갱이⌋란 말이 있는 데, 이는 ⌈호미⌋를 뜻하며, ⌈갈다⌋란 말로 밭을 간다는 말이 된다.
손으로 만든 원시 단어 ⌈갈다/긁다/갉다⌋는 ⌈그림⌋과 ⌈글⌋이란 말을 만들어 낸 조상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