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다/비싸다
싸다/비싸다
‘싸다’의 오늘날 뜻은 값이 눅다(安價, 누그러지다)이지만, 중세에는 ‘값이 있다/빋(債)싸다’의 쓰임이 있었다.
일홈난 됴한 오시 비디 千萬이 싸며 <釋譜詳節 十三 22>
뵙갑시 싸던가 디던가 (有價高低麽) <老乞大諺解 上 8>
노걸대언해에서 보듯이 값이 싼 것은 비싼 것이요, 값이 지는 것은 오늘날 뜻으로 싼 것을 의미한다.
‘값이 지다(價低)’의 동의어로는 ‘빋없다(無價)’이며, 오늘날 뜻은 똥값에 해당된다.
‘빋(債)’은 값(갚다)과 같은 뜻으로 쓰이다가 오늘날에는 빌린 돈(債金)으로 의미 축소된 말이다.
의미 전환의 다른 예로 중세에 구실은 공무(公務), 稅役이었는데, 오늘날에는 공(公)적인 업무에서 사(私)적인 ‘역할’의 뜻으로 바뀌었다(사내구실/남편구실).
그 집 사나히 구실을 터르시다 <小學諺解 六 16>
나를 구실하노라 이셔 머리 셰오(我爲官在白頭) <重刊杜詩諺解 9;27>
일상생활에서 ‘야단맞아도 싸다’고 했을 때의 뜻은 ‘잘못한 일에 대가를 치러야 한다’의 쓰임으로 과거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값과 더불어 ‘삯’도 함께 공부하자.
삭 갑(脚錢) <譯語類解 上 24>
삭슬 헤아리져(商量脚錢着) <朴通事諺解 초上 11>
‘갚다’의 뜻으로 ‘삯을 물다’가 있다.
삭 물오 사노라 하니 <朴通事諺解 초上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