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책이다

2) 책이 있다

3) 책이 아니다

4) 책을 읽고 있다

5) 내다

6) 내가 있다

7) 내가 아니다

8) 차승원이는 배우다

9) 차승원이가 배우다   

1),5)의 ‘이다’는 2),6)의 ‘있다’ 또는 3),7)의 부정어 ‘안’과 결합하면 조사 ‘이/가’로만 남는다.

'5) 내다'는 '나+이다'의 축약(경상도 방언)이다.

'6), 7) 내가'는 '나+이+가'의 축약이다. 

다른 한편으로 전라도에서는 '나가 있다, 나가 아니다'의 표현에서 보듯이 '이'가 생략된 표현을 쓰고 있기도 하다. 이는 '엄마이다'가  '엄마다', '누구이세요, 어디이세요'가 '누구세요, 어디세요'로 '이'생략이 가능하다. '이'의 개입, 또는 생략이 화자의 태도에 따라 달리 쓰이고 있다.

조사 '이'는 '는,가' 앞에 수의적으로 구어체 표현에 잘 붙는다. 학교 문법에서, 문어체 표현에서는 설명이 따로 없음은 유감이다. 구어체는 문어체보다 역사적으로 오래되었을 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언어 발달에서도 먼저 익히고, 문어체로 표현 못하는 부분을 대신 담당하는데도 한글학교 교재에서는 대부분 설명이 따로 없음도 유감이다.

1)의 ‘이다’가 2)의 ‘-이’로 남을 때의 기능은 繫辭的 역할을 담당하고, 體言陳述語尾 즉, 체언의 활용어미를 취하기 위한 기능만 있다. ‘있다’와 같은 존재 표현은 하지 못한다.

일본어에서 2)‘있다’는 ある(有), いる(在)의 존재 양상으로 표현되고 있다.

우리말의 부정어 ‘책이 아니다/책이 없다’처럼 쓰이려면 あらず(非ず/有らず)와 같이 말미에 ず를 첨가시키면 된다.

셔블 賊臣이 잇고 <龍飛御天歌 37>

在는 잇실 씨라 <月印釋譜 序 10>

2)와 4) ‘있다’ 동사는 작용, 상태가 존재하고 있음을 뜻한다.

‘이다’와 ‘아니다’는 A와 B의 일치 관계를 나타내며,

‘있다’와 ‘없다’는 生死, 有無처럼 존재의 양상을 나타낸다.

生이며 生 아니랄 갈해나니 <法華經諺解 五 30>

가히(犬)는 佛性이 잇나니잇가 업스니잇가 <蒙山和尙法語略錄 11>

‘이시다/잇다’가 ある(有), いる(在)라면 ‘겨시다/계시다’는  (い)ます(坐す·在す)가 된다. い는 무의미한 접두어가 아니라 ‘있다’를 뜻한다.

도자기 겨신댈 무러(賊問牙帳) <龍飛御天歌 62>

大闕은 큰 지비니 님근 겨신 지비라 <月印釋譜 1:10>

‘없다’의 신라어 표기는 二于萬隱, 際于萬隱을 ‘둘 업는, 갓 업는’으로 梁柱東 박사는 고가연구에서 재구하고 있다.

‘아니’의 일본어 부정은 いな(ina), 우리말 ani의 음운 교체로 대응한다.

‘없다’는 なし(無)로 異議なし라 하면 ‘이의가 없음’을 뜻하며, 역시 na는 an의 음운 교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