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시인(숭실대 명예교수)
주정主靜
세상의 소음 속에서 진실이 그리워지네.
세상의 어둠 속에서 빛이 그리워지네.
그러나, 새해의 첫 비가 내리네.
새해의 첫 비가 내 몸 속으로 내려와
내 심혼心魂을 잔잔한 호수로 만드네.
빗물이 나의 속정俗情을 정화하니
내 안에 성령이 임하고 사랑이 충만해지네.
내 안에 사랑이 충만하니 내 안이 고요하네.
내 안이 고요하니 만물이 나를 사랑함이 보이네.
해와 달 그리고 별들이 나를 사랑하고
안개와 비 그리고 구름이 나를 사랑함이 보이네.
산을 오르지 못하니 산이 내게로 내려와 주고
나무들이 나와 함께 동네를 산책해주네.
내 안이 고요하니 우주가 고요하고
마른 화초들이 속삭여주네.
새해 첫 비에 속진俗塵이 다 씻기어
내 영혼이 주정主靜에 들으니
삼라만상이 나를 사랑하고
나도 우주만유를 사랑하네.
찬바람이 내 몸속으로 들어왔다가
독수리로 날아오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