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순이(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지부 회원)
꿈에서 만난 사람
허허벌판 무인지경
헤매고 있을 때
저 멀리 한 사람이 다가온다
반백 년을 함께 살았던 사람
떠날 때 모습 그대로인데
낯선 사람 건너다보듯
무표정한 눈빛으로 서 있는 사람
가까이 다가서니
한 발 뒤로 물러서고
또 한 발 다가서니
날듯이 가버린 사람
백발 된 늙은 나를 알아보지 못했나
한 마다 말도 없이 가버린 사람
꿈에서 만난 사람.
<해 설>
좋은 시는 독자가 글의 내용을 이해하기 전에 먼저 감동을 주는 작품이다. 그 감동의 근원의 하나는 독자로 하여금 연민을 느끼게 하는 페이소스일 것이다.
이 작품 속에서 화자는 오래전 고인이 된 남편을 만나나 그는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지 가버리는 꿈을 꾼다.
허허벌판 같은 세상에서 홀로 살며 평생 보고싶었던 사람이며 반백년을 함께 살았던 그가 말 한마디 없이 사라지는 장면은 독자에게 진한 연민의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결론적으로 이 작품은 문학의 감동은 작가의 삶의 슬픈 진실에서 비롯된 페이소스에서 찾을 수 있음을 보여주어 주목되는 바이다.
김영호 시인(숭실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