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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산조망대/ 쥐구멍에도 볕들 날이

시애틀N 조회 : 18,888

윤여춘 한국일보 시애틀지사 전 고문
 
쥐구멍에도 볕들 날이
 
지저분한 내 책상 위에 생쥐 한 마리가 대를 이어 수십년째 살고 있다. 지금 좌정해 있는 녀석은 흰쥐이다. 내가 방에 없을 때도 꼼짝 않고 자리를 지키며 나를 기다린다. 하긴, 나는 그 생쥐 없이는 일을 전혀 못한다. 애완동물마냥 그 녀석을 손바닥 안에 꼭 쥐고 책상 위를 이리저리 끌고 다녀야만 글을 쓸 수 있다. 살아 있는 동물 쥐가 아닌 컴퓨터 마우스이다.

모양새가 생쥐를 닮아 마우스(mouse)로 이름 붙여졌지만 복수명사는 동물 쥐가 mice로 표기되는 것과 달리 대개 mouses로 쓴다. 나 말고도 지구촌의 수십억 인구가 매일 컴퓨터 쥐와 동고동락한다. 안 그래도 쥐는 모든 포유동물 중 가장 작지만 개체 수는 전체 포유동물의 3분의1을 차지할 정도로 엄청나다. 인간이 사는 곳이면 국적을 가리지 않고 어디서나 산다.

한국에선 쥐들이 뭉뚱그려져 쥐로 불리지만 미국에선 생쥐인 마우스와 시궁쥐인 랫(rat)으로 구분된다. 디즈니왕국의 마스코트인 미키 마우스나 인기 TV 만화영화 & 제리의 꾀돌이 제리는 마우스이다. 이미지가 긍정적이어서 애완동물 반열에 오른다. 어른 발 크기의 랫은 이미지가 부정적이고 비위생적이다. 영화의 하수구나 뒷골목 같은 음산한 장면에 꼭 낀다.

쥐는 통상 혐오동물로 분류되지만 귀물대접을 받는 놈들도 있다. 약물실험, 유전자변형 연구 등을 위한 실험쥐들이다. 손가락만한 흰쥐가 대종이지만 기니피그(guinea pig)나 햄스터 같은 유색생쥐도 많다. 실험쥐는 흔히 모르모트로 불린다. 네덜란드인들이 기니피그를 고산 초식동물인 마르모트((marmot)로 오해했던 것이 그대로 일본으로 전해져 굳어졌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실험용으로 죽는 생쥐가 연간 6억 마리에 달한다. 한국에서만 200~300만 마리다. 체내구조와 면역체계가 인간과 같아서 쥐들도 고혈압·당뇨··비만 등 고질병을 앓는다. 체온이 인간과 같고(36.5) 유전적 유사성도 매우 높다(80~90%). 인간 생로병사의 열쇠를 쥔 탓에 비명횡사하는 생쥐들이 가여워서 많은 연구기관들이 위령제를 연례행사로 치른다.

생쥐가 실험용으로 자리 잡은 이유는 또 있다. 대단한 번식력이다. 생후 6개월이면 생식능력을 발휘한다. 임신기간이 불과 19~21일이고 한번에 6~12 마리를 낳는다(반년간 200여 마리 출산). 실험으로 죽지 않아도 본래 수명이 1~3년이다. 원숭이나 고릴라 같은 영장류 실험동물에 비하면 헐값이다. 체구가 작아서 관리하기 쉽고 실험에 드는 약물도 적어 경제적이다.

새해 2020년은 경자년(庚子年)이다. 실험쥐의 해이다. 명리학에 따르면 庚은 흰색을, 子는 쥐를 뜻하므로 흰쥐의 해다. 쥐띠이거나 얼굴이 쥐 상인 사람들은 대개 근면하고 번성한다는데, 庚의 속성이 쇠()이기 때문에 경 해엔 세상이 시끄러웠다. 경술년(1910) 국치, 경인년(1950) 한국전쟁 발발, 경자년(1960) 4·19 혁명, 경신년(1980) 광주민중항쟁 등이 그런 예이다.

흰쥐 띠 인물 중엔 요즘 청와대를 쥐락펴락 수사하고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비롯해 새 일왕 나루히토, 프랑스 소설가들인 생텍페리와 알퐁스 도테 등이 있다. 일반 쥐띠 인물 중엔 연예·예술인들이 많다. 모차르트·정경화·천경자·이문열·말론 브랜도·찰턴 헤스턴·배용준·엄앵란·서태지·유재석·심은하 등이다. 전 미국 대통령들인 지미 카터와 조지 H. 부시도 쥐띠이다.

김정은도 35(1984년 출생)이 맞는다면 쥐띠다. 요즘 연방의회와 유엔 안보리에서 두들겨 맞는 마우스 아닌 랫이다. 일부 역술가들은 경자년에 북한에서 급변사태가 일어나 김이 축출되거나 암살당할 것이라고 말하지만 다른 일부는 그가 내년에 금운(金運)이 들어와 41세에서 60세까지 20년간 일생에 가장 좋은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어차피 믿거나 말거나이다.

트럼프 대통령(개띠)도 내년 운세가 좋아 재선이 무난할 것이라지만 북미협상에서 김정은에게 끌려다니는 모습이 생쥐 제리에게 계속 골탕 먹는 우둔한 고양이 톰 같다. 하지만쥐구멍에도 볕들 날 있다며 겁주는 김정은에게 딱 들어맞는 고사성어가 있다. 수서양단(首鼠兩端)이다. 쥐가 구멍으로 머리를 내밀고 밖으로 나올까, 안으로 들어갈까 망설이는 상황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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