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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얼 홍 칼럼] 누구와 점심을 먹었나

시애틀N 조회 : 3,841

대니얼 홍(교육전문가)

누구와 점심을 먹었나

“대학 기숙사에서 다른 학생들과 함께 지내는 것이 부담된다. 그리고 기숙사에서 살면 빈번한 파티에 휩쓸려 공부하는데 지장이 있을 것이다. 캠퍼스 밖에서 아파트를 얻어 혼자 살면서 공부에 전념하겠다. 그래야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고 취업도 가능할 것이다.

합격한 여러 대학 가운데 등록할 대학을 선택하여 디파짓을 보내며 D군은 그렇게 다짐했다.

열공하겠다는 D군의 다짐은 뜨거웠지만 결정적으로 한 가지를 착각했다. 열심히 노력하면 모든 것이 잘 풀릴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D군은 공자가 말한 “천재는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 그리고 니체가 말한 “고귀한 인간은 홀로 가고, 무리 본능을 갖지 않으며, 솟구치는 의지를 지녔다”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였다.

과연 그럴까공자와 니체가 살던 시대는 자본주의가 꽃피기 이전이다. 자본주의가 주도하는 사회에서는 노력하면 성공한다는 것은 거짓과 진리 반반이다

따져보면 노력, 노동을 최고 가치로 여긴 것은 공산주의 사상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여러 가지를 가능케 만드는 것은 자본이지 노력이 아니다.

게다가, 지금 우리는 자본주의의 끝자락인 공유 경제(Sharing Economy)시대에 살고 있다. 우버, 에어비앤비, 위키피디아 등이 보여주듯이 제는 내 것이 아니라 서로가 자동차, , 정보를 공유하는 우리시대를 맞은 것이다.

지난 100년간 내 것을 강조하는 개인주의가 주도했다면 지금은 인터넷이 지구촌 전체를 연결하여 커뮤니티, 공유, 협력이 주도하는 사회가 되었다

뚝 떨어져 혼자 살면서 공부에 전념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방법이다. 공부는 교과서, 인터넷을 통해 혼자 할 수 있다지만, 배움은 다른 사람과의 만남에서 시작된다

나와 생각이 다른 동료, 교수들과의 만남에서 그들의 주장과 의견을 듣고 비판하며 나의 소리와 비교 검토할 때 배움이 시작된다

나아가, 수 십 권 읽은 책보다 더 소중한 것은 사람 그 자체다. 캠퍼스밖에 사는 것보다 기숙사에서 동료들과 24시간을 함께 지낼 때 그런 사람을 만날 기회가 더 많다. 스티브 발머가 빌 게이츠를 기숙사 룸메이트로 만난 것처럼.

D군처럼 인간관계 형성을 부담스럽게 여기고 자신이 지닌 재능이나 노력에만 집중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

가즈오 이시구로 소설 <녹턴>에 등장한 색소폰 연주자 스티브는 재능도 있고 남다른 노력도 했지만 무명인이다

스티브의 매니저 브래들리는 “당신이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는 재능, 노력이 아닌 다른 것에 있다”라는 충고를 한다. 그 말을 들은 스티브는 이렇게 곱씹는다

“브래들리의 말에서 적어도 한 가지는 옳다. 나는 다른 어떤 연주자들보다 두 배 더 재능이 있다하지만 요즘 중요한 것은 재능이 아닌듯싶다. 이미지, 마케팅능력, 잡지에 실린 기사, TV 출연, 파티참석, 누구와 점심을 먹었나 같은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만, 스티브는 자신이 순수한 음악인임을 자부하며 연주 실력을 열심히 갈고 닦으면 모든 일이 풀릴 것으로 기대하고 자기 홍보나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소홀히 한다. “때가 되면 순수한 음악 애호가들이 내 스타일을 좋아하겠지”라는 마음으로.

공유 경제는 혼자의 노력만으로는 성공하기 힘든 세상을 만들었다. 그곳에서는 “누구와 점심을 먹었나”가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 물론, 처음부터 아는 사람은 없다. 앞으로 어떤 사람을 만날지, 어떤 상황에서 만날지, 만난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평가할지 아무도 모른다. 그렇지만, D군처럼 뚝 떨어져 산다면 그 모를 기회조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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