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월 29일 (월) 로그인 PC버전

시애틀N 최신 기사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2021년 1월 시애틀N 사이트를 개편하였습니다. 열람하고 있는 사이트에서 2021년 이전 자료들을 확인 할수 있습니다.

시애틀N 최신 기사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대니얼 홍 칼럼] 선 댄스, 후 생각

시애틀N 조회 : 3,058

대니얼 홍(교육전문가)
 
선 댄스, 후 생각
 
100년 전 사람의 평균 수명은 40세를 넘지 못했다. 그런 환경에서는 커리어를 찾고 준비하는 시간도 없었고, 은퇴라는 개념도 없었다

무엇을 해도, 오늘 지금 당장 해야 했고, 생을 마감하는 날까지 해야 했다. 요즘은 상황이 달라져 평균 수명 80세 시대를 맞았다

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원치 않는 부작용, 나중에 하지로 미루거나 때가 되면을 되풀이하며 기다리는 병이 나타났다. 그 병의 증세는 간단하다. 머릿속은 플랜과 준비로 가득 찼지만 몸은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고 묶여있다.

동부의 고등학교에 재학중인 11학년 K는 대체에너지 자동차에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신의 관심을 진전시켜 보려고 인터넷을 찾아 보거나 관련된 경험을 쌓을 기회를 찾아 나서지 않았다.  

행동이 따르지 않는 관심은 희망사항 혹은 자기기만에 가까운데, 관심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이지?”라고 K에게 질문하자무슨 관심이든 일단 대학에 붙고 난 이후에 키워라. 그때까지 기다리라고 부모님께서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서부의 고등학교에 재학중인 10학년 Y는 스필버그 같은 영화감독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런데, 영화에 관련된 간접 혹은 직접 경험은 지금까지 없었다

해서, 스필버그가 고등학교 시절에 어떻게 습작을 했는지 설명해주고 지금부터 너의 오감을 동원해서 주변을 살펴보고,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관심 가는 것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하면 좋겠다라고 조언하자, “학교공부 따라가기도 바쁜데 언제 그렇게 해요? 나중에 대학가서 시작하면 늦을까요?”라는 질문이 돌아왔다.

K Y는 사무엘 베케트의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에 등장한 두 주인공, 디디와 고고처럼 살고 있다. 고도라는 사람을 기다리는 두 주인공은 고도라는 사람의 존재 여부도 모르고, 고도가 오겠다는 약속을 직접 한 적이 없는데도 막연하게 무작정 기다린다. 그들이 사는 이유는 한가지, 기다림뿐이다.

디디와 고고의 공통점은 이렇다. 기다리면서도 고도가 누구인지에 관해 서로 상의하고, 왜 기다려야 하는지 알아볼 것은 알아보고 찾아볼 것은 찾아볼 수도 있었는데도 전혀 행동으로 옮기지 않은 것이다. 고도의 메신저라는 소년이 나타났을 때도 그를 따라가 볼 수도 있었고, 고도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도 있었지만 귀차니즘에 빠진 듯 마냥 기다렸다.

기다림 그 자체는 희망이다. 오늘보다 내일은 좀더 낫겠지 라는 바램으로 삶을 지탱하는 에너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마냥 기다리며 행동으로 옮기지 않을 때 생산적인 결과는 없다. 살을 빼기 위해 운동기구를 들여놓고 사용하지 않거나, 헬스클럽의 회원권을 구입한 후 이용하지 않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사무엘 베케트는 이렇게 말했다.“생각은 나중에 하고 댄스부터 시작하라. 그것이 자연스런 순서다.” 인터넷은 평균 수명80세 시대를 40세 시대처럼 살도록 만들었고, 선 댄스, 후 생각을 하도록 만들었다

대학 진학 전, 직장을 잡기 전, 무엇이든 원하는 것을 경험하고 성취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그렇지만 학생들은 대학이 나를 받아주기를, 직장이 나를 채용해주기를, 세상이 나를 발견해주기를 바라고 기다리며 수동적인 삶을 살고 있다

한번 클릭으로 찾아보고, 연결하고, 물어볼 수 있는 기회가 널려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기다리는 이유는 한가지다. 게임기 두드리는 손가락은 잽싸고, 페이스북 사진을 클릭하는 속도는 빠르지만, 마음과 정신이K-12 학교 시스템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대니얼 홍의 교육칼럼목록을 보시려면 아래를 클릭
http://www.seattlen.com/bbs/board.php?bo_table=Pro4




© HHB Media LLC.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