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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얼 홍 칼럼] 질척대는 베르테르, 움츠린 홀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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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얼 홍(교육전문가)

질척대는 베르테르, 움츠린 홀든

하버드 비지니스 스쿨의 교수 마이클 포터가 경영 전략의 포인트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아는 것에 있지 않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 지를 아는 것에 있다”고 역설했다. 

누구나 새해가 되면 무엇을 할지, 이룰 지를 계획한다. 그런데, 연말에 가면 100명 가운데 5명 정도만 계획한 것을 이루고 나머지 95명은 이럴 걸, 저럴 걸 후회를 한다. 후회의 뒷 배경에는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실책이 버티고 있다. 

특히, 학생들은 지속하지 말아야 할 패턴 두가지에 발목이 잡혀 있다.

“제발 진정하시고 제 말을 들어보세요. 당신은 지금 자신을 속이고 스스로를 망치고 있습니다.
어째서 저를? 왜 하필이면 이미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된 저에게 이토록 매달리세요? 이 넓은
세상에 당신의 마음에 드는 여자가 한 사람도 없겠어요? 한 번 마음먹고 찾아보세요. 틀림없이
그런 사람이 눈에 띌 거예요.”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로테는 베르테르에게 그렇게 충고했다. 
그러나, 베르테르는 편집증 증세를 보이며 그녀는 나를 사랑한다, 안한다. 나는 그녀를 놓아주겠다, 아니 붙들겠다 라는 번복을 수없이 하며 고뇌에 빠졌다. 또한, 로테의 언행을 하나하나를 곱씹으며 그것들이 혹시 자신을 향한 어떤 의미나 의도가 있지 않을까 라는 착각에 빠져 그녀에게 집착했다.

학업이나 교내외 활동의 성취도는 낮지만 주변으로부터 명문대 지원자 라는 말을 듣기 위해
혹시나 하는 기대와 희망으로 입학 경쟁률이 극심한 대학에 지원하는 것은 베르테르가 로테에게 질척거리는 것과 같다. 

그런 학생을 향해 로테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이 세상에 당신과 어울리는 대학 한 군데가 없겠어요? 마음먹고 찾아보세요” 베르테르의 질척거림이 비극으로 끝났다 라는 사실을 간파한 학생이라면 로테에게 귀를 기울일 것이다.

J.D. 샐린저의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에 주인공으로 등장한 홀든 콜필드는 보딩 스쿨에서 4개
과목에 낙제점을 받는 바람에 퇴학을 당했다. 

학교에서 나온 날부터 뉴욕 시내로 들어가 술집, 호텔, 클럽을 돌아다니며 술, 담배, 성매매를 경험하며 세상을 바라본다. 홀든이 본 세상의 모든 사람은 위선자요 그들의 행동은 가식 투성이였다.

홀든의 삐딱한 시각과 행동의 배경에는 백혈병으로 죽은 자신의 남동생 앨리가 있었다. 동생이
죽었다는 소식에 분노와 우울에 휩싸여 자동차 유리를 부수기도 한 홀든은 자신의 고통을
호소하고 상담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모두 무시했다. 학교를 떠난 후 처음 찾아간 스펜서 선생님에게도 비슷한 태도를 보였다. 자신의 집에 찾아온 학생에게 낙제 점수를 받은 시험지를 보여주는 눈치없는 선생님이었지만 스펜서는 홀든을 도와주려고 했다. 

하지만, 홀든은 스펜서 선생님도 위선자로 보았다.
홀든은 세상을 위선, 허풍, 가식으로 점철된 것으로 진단했다. 하지만 그는 세상을 향한 구역질만 느꼈을 뿐 자신이 성장해서 변화를 불러오겠다 라는 생각은 미처 못했다. 이러한 생각의 부재는 낙제점을 받았을 때나 동생의 죽음으로 고통을 당했을 때도 주변의 도움을 청할 수 있는 홀든의 손을 움츠리게 만들었다.

홀든과 마찬가지로, 오늘도 교실에서 손을 모으고 조용히 앉아 있고, 캠퍼스에 작문 클리닉, 커리어 센터, 카운셀링 센터가 있지만 찾아가서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학생들이 너무 많다.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홀든의 움츠림을 답습하도록 만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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