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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얼 홍 칼럼] 누가 괴물인가

시애틀N 조회 : 5,920

대니얼 홍(교육전문가)
 
누가 괴물인가
 

유에스뉴스가 선정한 랭킹30위안에 리스트된 대학들이 영문학 강의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책은 무엇일까

<대학강의 기획 프로젝트>에 따르면 소설 <프랑켄슈타인>이 압도적인1위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에모리대학, 워싱턴대학(세인트루이스)에서는 지난해 신입생들에게 대학을 시작하기 전 여름방학 동안 <프랑켄슈타인>을 읽을 것을 요구했고, 올해도 마찬가지로 여러 대학에서 여름방학 과제로 이 책을 사용하고 있다.

200년전, 당시19세 소녀 메리 셀리가 쓴 <프랑켄슈타인>이 요즘 대학 캠퍼스에서 강의교재로 사용되고 필수 리딩 리스트에 오른 이유는 무엇일까

<프랑켄슈타인>은 과학자의 창의성과 윤리적 책임 한계를 질문하는 소설로써, 미래의 리더인 대학생들로 하여금 합성 생물학, 인공지능, 로봇, 환경 등 여러분야에서 과학과 테크놀로지가 만들어낸 복잡한 윤리적인 문제를 고민하도록 유도하기 때문이다.  

소설의 주인공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당시의 계몽주의 사상이 만들어낸 산물이다. 계몽사상은 이성과 과학적 사고방식이 인간에게 끊임없는 발전을 안겨주고 영원한 평화를 가져다 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런 희망을 지니고 빅터는 잉골슈타트대학에 진학해서 그의 오직 한가지 관심사인 과학 연구에 몰두했다

언뜻 보면 대학생 누구나 지닐 수 있는 순수한 동기처럼 보이지만 이성과 과학의 달콤한 유혹에 빠진 빅터는 어떤 과학자들도 이루지 못한 생명 창조를 위해 사람들과의 교류를 끊고 연구에만 매달렸다. 그 결과, 빅터는 시신의 장기와 뼈를 모아 붙여 어떤 인간보다 훨씬 더 크고 강한 신체를 지닌 괴물을 탄생시키는데 성공했다. 

상상력과 창의력을 동원하여 빅터가 새로운 생명을 만들어내는 데까지는 별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자신이 만든 인간의 흉측한 모습을 본 빅터는 기겁을 한 나머지, 결국 자신의 창조물로부터 도망을 치고 몇 개월 동안 불안에 시달렸다.

원자폭탄을 만들 당시 신기술에 매료되어 그 폭탄이 나중에 어떤 파급효과를 가져올지를 생각하지 못했다. 결국 나는 세상 파괴자가 되었다라고 맨해튼 프로젝트의 디렉터를 맡았던 오펜 하이머는 고백했다

연구에 빠져 타인과의 소통과 자신의 감성을 키우는 것에 소홀했던 빅터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과학기술이 적개심과 살인을 불러 오리라고는 상상치 못했다. 나아가, 자신이 만든 인간을 괴물 취급하고 그를 돌보는 것을 거부한 점이 인간과의 소통을 소원했던 괴물로 하여금 결정적으로 복수의 칼날을 갈게 만들었다.

<프랑켄슈타인>은 과학자의 미친 상상력과 비윤리적인 실험이 파괴를 불러 온다라는 테크놀로지 비판에 관한 소설이라기보다 감정 있는 창조물, 즉 인간을 돌보지 않고 버려두면 어떤 결과가 온다는 것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상상력은 타인의 고통과 처지를 이해하고 감쌀 수 있는 능력이다. 그런 능력이 빅터의 연구 야망을 이루는 도구로만 사용되었을 때 따라온 것은 인간의 파멸이었다. 

자연교육을 강조한 루소는 <에밀>에서 감성은 이성 발달의 주춧돌이며 이성은 성숙한 감성 없이 올바른 방향으로 향할 수 없다고 보았다. 감성과 이성의 관계는 자동차와 내비게이터의 관계와 비슷하다.  

낯선 지역의 험한 산길을 여행할 때 아무리 고성능 엔진을 가진 자동차(감성)를 몰고 간다고 하더라도 내비게이터(이성)가 없거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길을 잃게 되고, 아무리 최신 내비게이터가 장착되었다 하더라도 엔진 파워가 부족하다면 자동차가 험한 산길을 달릴 수 있을까. 

인간에게 감성과 이성은 배척이 아니라 협력관계라는 것을 잊은 빅터, 소설 <프랑켄슈타인>은 그가 진짜 괴물임을 보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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