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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얼 홍 칼럼] 대학졸업자의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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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얼 홍(교육전문가)
 
대학 졸업자의 43%
 
한국에서 ‘1 1불’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연일 발생하는 BMW 자동차 화재로 분통이 터진 차주들이 모여, “2016년부터 차에 결함이 있다는 사실을 BMW 회사는 알고 있었지만 문제 해결보다는 결함을 은폐하려고 했다”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수사를 요청하는 고소장을 제출했다.

겉보기에는 번지르르 하지만 말썽이 잦은 자동차를 구입한 경우 레몬 법에 의해 소비자는 수리, 보상, 또는 환불을 받을 수 있다. 한편, 겉보기에는 그럴 듯 하지만 실속없는 대학 교육을 경험한 졸업자들에게는 그런 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지난 5월, 미국의 ‘스트라다 미래 직업 연구소’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대학 졸업자의 43%가 그럴싸한 학위는 지녔지만 underemployment, 즉 자신의 학위에 걸맞지 않는 수준
이하의 직종에 취업하고 있다. 

그 이유에 관해 보고서는 “대학의 가치는 졸업생의 커리어 성공 여부로 판단된다. 하지만, 현실 감각이 없는 오늘날의 대학이 시대에 뒤떨어지는 교육 방법을 고수하여 학생들의 시간과 돈을 낭비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피력했다.

결함을 은폐하려는 BMW 회사를 향해 제소를 하는 차주들처럼, 일부 대학 졸업생들이 그런 대학을 상대로 손해 보상을 요청하거나 등록금 환불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있다. 

스웨덴 대학에 유학한 미국 학생 카니는 분석재정학 전공으로 졸업했지만 전공에 걸맞는 직종에 취업이 되지 않자 대학이 나에게 돈과 시간 낭비만 시켰다 라는 이유로 소송을 내고 등록금 반환을 요구했다. 뉴욕 주에서 정보기술학 전공으로 대학을 졸업한 트리나는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찾지 못하자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대학이 취업에 필요한 지식이나 기술을 가르쳐주지 않았고 커리어센터가 해준 것이 없다는게 이유였다. 영국 대학에서 유학하며 국제비즈니스전략을 전공한 중국 학생 포웡은 “내가 받은 것은 미키마우스 학위다”라고 비판하며 대학에서 수여한 학위가 자신이 원하는 일자리를 찾는데 전혀 도움되지 않았다” 라는 이유로 대학을 제소했다.

학생과 면담하는 시간이 의사가 환자를 보는 시간보다 짧은 교수로 부터 홀대 받을게 뻔하고, 졸업 후 백수 혹은 underemployment를 경험할 확률이 높은 현실에서 학생들은 앞뒤를 따져보지도 않고 묻지마 대학 지원을 하고있다. 왜 그럴까. 시그널링 효과 때문이다.

2001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마이클 스펜스는 “오늘날에 대학 교육을 받는 그 자체는 무의미하다”라고 전제하고 “대학이 존재하는 이유는 시그널링 효과 때문이다”라고 피력했다.

고용 시장에서 고용주가 지원자의 역량을 자세하고 정확하게 판단하려면 시간, 돈, 직원을 동원해야 한다. 그런 비용을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고용주는 지원자의 대학학위, 자격증 등 겉으로 보이는 시그널을 근거로 합격자와 불합격자를 가려낸다.

이에 따라 취준생이 대학 이름을 자신의 역량을 보이기 위한 시그널로 사용하는 것은 당연하다.

오늘날의 대학은 시그널링 효과를 마케팅하는 기업이다. 시그널링 게임에서 낙오될 때 붙는 레이블은 잉여인간 이다. 본래 잉여(surplus) 라는 말은 경제용어로 사용되었다가 무한 경쟁 신자유주의 우산 아래에서 뒤쳐진 사람에게 사용되어, “우리 회사는 당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당신 없이도 회사가 잘 돌아가고, 당신이 없으면 더 잘 돌아간다”라는 사회적 왕따 라는 뜻으로 진화되었다.

그런 불합격품이 되지 않으려고 학생들은 스펙을 쌓으며 명문대 간판을 따려고 모든 요령을 동원한다. 그렇지만, 결과는 43%에 속할 확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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