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과 함께 하는 서북미 좋은시-유미숙] 당신도
시애틀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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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미숙 시인(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지부 회원)
당신도
씨 여무는 오후 국화 향기 유리 잔에 담아 뒤뜰에 앉아 있을 때
소슬바람이 넘겨 주고 간 책장 속에서 소꿉친구가 웃고 있던 날
단풍잎 하나 손등에 올려 놓고
황혼으로 가는 내 나이 닮은 것 같아 소스라치던 날
감자밭 지나 강둑에 홀로 누눠 있을 때
철새 몇 마리 흔들리는 음표로 허공을 건너가던 날
늦은 저녁 풀꽃 몇 송이 쥐고 사과나무 앞을 지나갈 때
가을달 둥그렇게 떠올라 어머니 얼굴인 듯 걸음 멈추고 바라보던 날
그런 날 왈칵 쏟아진 눈물 일기장에 옮겨 붓다
동쪽 창문이 모과 빛으로 물들도록 촛불 밝힌 적 있으신가
당신도
<해 설>
좋은 시란 현실과 환상의 조화, 현상과 꿈, 실재와 신비, 지성과
감성의 하모니를 미학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유미숙의 작품에서
바로 그 환상적 현실, 신비적 실재, 꿈같은 현재가 회화적으로 음악적 리듬과 함께 조화롭게 직조되어 나타난다.
“국화 향기 유리잔에 담아” “소슬바람이 넘겨주고 간 책장” “철새 몇 마리 흔들리는
음표로” “동쪽 창문이 모과 빛으로 물들도록 촛불 밝힌 적”같은 묘사에서 독자의 현실은 환상과 꿈, 그리고 신비의 세계로 확장된다.
이 작품의 가치는 작가가 자신의 삶과 독자의 삶을 아름다운 세계의 한 몸으로 창조하고자 하는 시적 모티프에 존재한다고 본다.
박수를 보낸다.
김영호 시인(숭실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