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과 함께 하는 서북미 좋은 시- 문창국] 곁이라는 말
시애틀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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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국 시인(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 지부 부회장)
곁이라는 말
꽃과 나비 사이에는
만 갈래 향기가 흐른다.
손잡고 걸어가는
연인사이에는 무엇이 흐를까
나무들이 서로
거리를 두고 서있는 것은
온 생 동안 말 나누며 살기 위함이다
큰소리로 말해야 들을 수 있는
너무 먼 거리도 아니고
내 마음 전부 내주어서
가슴 시리지 않을 간격
추운 겨울
모닥불 피워놓고
곁으로 오세요라고
말 할 때 쓰는
참,
옆구리 따뜻한 말이다
<해 설>
일반적으로 곁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체적 정신적
친화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작품 속에서 작가는 곁은 꽃과 나비 사이의 향기로운 관계이며 연인
사이의 사랑의 거리를 회화화한다.
그러나 그는 나무들은 서로 너무 가까운 거리의 곁이 아닌 적정한 거리를
둔 곁을 유지함으로써 온 생을 통해 친화를 지속하고 있음을 성찰해낸다. 사람은 너무 가까운 곁을 가져
모두 내줌으로써 서로 상처를 주고받는 오류를 범한다. 이 작품의 백미는 마지막 연에서 발견되는 곁의
신선한 그림이다.
추운 겨울 모닥불 같은 이미지의 곁이 매우 참신한 형상이다. 이 작품은 우리 현대인은 얼마나 따뜻한 곁이 그리운 존재인가를 확인시키는 시적 모티프로 진지한 울림을 주고
있어 주목된다.
김영호 시인(숭실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