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월 05일 (금) 로그인 PC버전

시애틀N 최신 기사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2021년 1월 시애틀N 사이트를 개편하였습니다. 열람하고 있는 사이트에서 2021년 이전 자료들을 확인 할수 있습니다.

시애틀N 최신 기사를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해설과 함께 하는 서북미 좋은 시- 박준우] 늦은 하루

시애틀N 조회 : 3,892

박준우 시인

 
늦은 하루
 
 
아무도 찾지 않는 어두운 숲
공허한 그늘의 땅
무심한 세월들이 지나간 후
시든 자조들만 고독하게 쌓인다.
 
그 겨울 나뭇가지에 매달려
힘겹게 지내던 잎새들
이제 외로움으로만 맺힌 채
바람도 없는 바닥에서 말을 잃었다.
 
지금 살아있는 것은 없어도
아직도 치워지지 않는
고요히 시린 감정
적막히 젖어드는 옛사람
 
헐벗고 메말라 가난한 그곳에
낯설게 다시 찾아온 나의 이 순간,
가슴속 얼음장이 녹아들어
늦은 하루를 뒤흔들어 버린다.
 
사막...그 어쩔 수 없는 쓸쓸함

 
< >

겨울 숲은 어둡고 공허하며 늘 혼자임을 확인케 한다. 바닥에 말을 잃고 구르는 낙엽의 형상이 인간의 모습이다. 이 작품 속의 화자인 작가 역시 고독을 겨울 숲 속에서 앓는다

그러나 그는 살아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듯한 그 숲 속에서 다시 삶의 기운을 얻는다. 오래 전 잊은 그의 옛사람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그 옛사람이 그의 가슴 속 얼음장을 녹여주고 늦은 생을 뒤흔들어 깨운다. 현실은 쓸쓸한 사막과 같으나 그리운 사람이 있는 한 절대 고독은 없다. 그렇다. 사랑이 희망이고 생명이다

사랑이 빛이요 소망이다. 이 냉랭하고 사람의 온기가 없는 듯한 이민의 땅에서도 가슴 깊은 곳에 그리운 사람이 있는 한 절망은 없다

사랑이 있는 한 “낯선 계절”은 정다운 계절이 되고 “낙망”은 소망이 되리라. 절망에 무릎을 꿇지 않는 강한 의지의 매력을 지닌 박준우 시인에게 박수를 보낸다. 절망이 깊으면 희망도 깊다.
      김영호 시인(숭실대 명예교수)




© HHB Media LLC.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