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과 함께 하는 서북미 좋은 시- 박준우] 늦은 하루
시애틀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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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우 시인
늦은 하루
아무도 찾지 않는 어두운 숲
공허한 그늘의 땅
무심한 세월들이 지나간 후
시든 자조들만 고독하게 쌓인다.
그 겨울 나뭇가지에 매달려
힘겹게 지내던 잎새들
이제 외로움으로만 맺힌 채
바람도 없는 바닥에서 말을 잃었다.
지금 살아있는 것은 없어도
아직도 치워지지 않는
고요히 시린 감정
적막히 젖어드는 옛사람
헐벗고 메말라 가난한 그곳에
낯설게 다시 찾아온 나의 이 순간,
가슴속 얼음장이 녹아들어
늦은 하루를 뒤흔들어 버린다.
사막...그 어쩔 수 없는 쓸쓸함
<해 설>
겨울 숲은 어둡고 공허하며 늘 혼자임을 확인케 한다. 바닥에 말을 잃고 구르는 낙엽의 형상이 인간의 모습이다. 이 작품 속의 화자인 작가 역시 고독을 겨울 숲 속에서 앓는다.
그러나 그는 살아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듯한 그 숲 속에서 다시 삶의 기운을 얻는다. 오래 전 잊은 그의 옛사람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그 옛사람이 그의
가슴 속 얼음장을 녹여주고 늦은 생을 뒤흔들어 깨운다. 현실은 쓸쓸한 사막과 같으나 그리운 사람이 있는
한 절대 고독은 없다. 그렇다. 사랑이 희망이고 생명이다.
사랑이 빛이요 소망이다. 이 냉랭하고 사람의 온기가 없는 듯한 이민의
땅에서도 가슴 깊은 곳에 그리운 사람이 있는 한 절망은 없다.
사랑이 있는 한 “낯선 계절”은 정다운
계절이 되고 “낙망”은 소망이 되리라. 절망에 무릎을 꿇지 않는 강한 의지의 매력을 지닌 박준우 시인에게
박수를 보낸다. 절망이 깊으면 희망도 깊다.
김영호 시인(숭실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