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북미 좋은 시-황정원] 바람이 지나간다
시애틀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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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원(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 지부 회원)
입김 같은 온도를 품고서
가슴 속 고요한 심장 사이로
지금 바람이 지나간다
머리카락을 풀었다
끈으로 단단히 매었던 머리카락을
나는 바람 속에서
깃발처럼 펄럭인다
돛대처럼 나아간다
바람을 기다리는 것이 오직 나뿐이겠는가
쏟아지는 빗방울이 아프지 않게 바람이 불어준다
떨어지는 꽃잎이 상처가 나지 않게 바람이 받혀준다
헤어진 날들이 서럽지 않게 바람이, 따뜻한 바람이
가슴 속 고요한 심장 사이로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