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북미 좋은 시- 고경호] 꽁초의 낙원
시애틀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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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호
시인(서북미문인협회 회장)
오가는 발길에 납작해진 나를
빗물에 풀어져 형체도 알 수 없는 나를
타는 속들 달래주려 재가되던 나를
행복의 기억이라곤 그것이 전부
처음이자 마지막 맞닿은 입술
잊지 못할 짝사랑도 그것이 전부
영원할 것 같던 입안의 밀애는
시름만 안고 허공으로 뿜어져
끊지 못하면서 미워하는 이유란
태어나기 전부터 낙인찍힌 이름
담배
그 이름마저 지킬 수 없는 지금
길바닥에 엎어져 숨죽이고 기다리는 것은
벌레 집듯 집어 쓰레기통에 던져 줄
이름 모를 손길
더는 밟히지 않는 낙원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