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과 함께 하는 서북미 좋은시- 오정방] 낡은 등산화
시애틀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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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방
시인(오레곤문인협회 명예회장)
낡은
등산화
30여년전
함께 이민을 온 너
그동안 네게 무심했었나보다.
고국의
수많은 높고 낮은 산들을
함께 올랐던 너
주인의 안전만을 위하여
숱한 인고를 겪으며
상처투성이인 너
다 닳은 밑창은
우리의 우정처럼 깊구나.
그의
헤진 깔창과 끈을 갈아준 뒤
내 침대 옆에 재우며
조용히 말을 건넨다
“우리 내일 다시 산을 오르자”
<해
설>
그동안 네게 무심했었나보다.
함께 올랐던 너
주인의 안전만을 위하여
숱한 인고를 겪으며
상처투성이인 너
다 닳은 밑창은
우리의 우정처럼 깊구나.
내 침대 옆에 재우며
조용히 말을 건넨다
“우리 내일 다시 산을 오르자”
그는
미국의 명산 후드산이 좋아 오레곤 포틀랜드에 거주하며 동포사회를 위해 헌신하고 있다(현재 오레곤한인회
회장).
작가는 이 작품 속에서 평생 그의 발이 되어 산을 오른 낡은 등산화를 시적 대상으로 하고 그의
충성스런 우정을 노래하고 있다. 등산화는 그의 분신이며 친구인 것이다.
“모든 물체는 보고 듣는다”고 했다. 여기 작가는
등산화에게 새 옷을 입히고 잠자리를 같이하며 다정하게 속삭임으로써 등산화는 평생 주인을 섬겼던 생의 의미를 발견하고 눈물겨운 환희를 느꼈으리라
믿는다. 이 낡은 등산화의 눈물이 시다.
김영호 시인(숭실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