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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열/지혜를 펼치는 해

여기열 조회 : 4,194

여기열 수필가
한국문인협회 워싱턴주 지부 회원


지혜를 펼치는 해
 
새해의 태양이 찬란하게 뜬다. 또다시 소망과 희망의 기대감으로 가슴이 설렌다. 선물로 받은 새해를 감사히 맞으며 어느 해보다 잘 해보고 싶은 꿈이 내 안에서 꿈틀거린다.

2013년은 흑사(검은 뱀)의 해로 60년 만에돌아온다고 한다. 떠들썩했던 황금돼지 해, 용의 해도 그냥 그렇게 넘어갔다. 지구 한 편에서는 여전히 전쟁이 이어지고 곳곳의 자연재해도 우리를 두렵게 했다. 흑사의 해라고 무엇이 다르랴.

 뱀은 교활하고 간교하다고 알려졌지만 적을 피할 수 있게 땅 속이나 나무 위로 숨는 호신술 때문인지 지혜가 있다고도 한다. 또한 작은 입을 크게 벌릴 수 있어 큰 소도 산채로 삼킬 수 있는 놀라운 특징이 있다.
 
올해는 보다 지혜롭게 살고 싶다. 동전의 양면이 다르듯이 사람의 마음에도 선과 악이 있고 사랑과 미움이 있다. 그런가 하면 사물을 긍정적으로 대할 때와 부정적 시각으로 볼 때가 있다.

새해에는 새로운 마음으로 밝은 면을 보며 흐뭇했던 기억만 떠올리며 살았으면 좋겠다. 지혜로 다스리는 삶이란 어떤 것일까. 누군가 최고의 지혜는 친절과 겸손이라고 했다.

친절은 일상생활에서 얼마든지 실천할 수 있다. 백화점의 무거운 출입문을 밀고 들어서면서 다음 사람이 손이 닿을 때까지 잠깐 멈춰 릴레이를 하듯 한 사람이 문을 여는 수고를 덜 수 있다. 손이 엇갈릴 때 감사의 미소가 오고 가는, 아름다움과 작은 사랑의 나눔이 하루를 행복하게 해준다. 겸손한 자세로 남을 나보다 낫게 여기는 사랑은 부메랑과 같다.

미국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아브라함 링컨 대통령은 유머와 지혜의 사람이었다. 또 이런 일화도 전해온다. ‘블랙 호오크 전쟁’이라는인디언과의 싸움이 벌어졌을 때 링컨은 민병대에 자원하여 대위의 계급을 얻었다.

하루는 20명 가량의 대원을 일렬횡대로 행진시키고 있었는데 때마침 큰 담이 앞을 막았다. 담에 틈이 있기는 했으나 20명의 대원이 일렬횡대로 건널 수는 도저히 없었다. 적당한 구령이 생각나지 않아서 고민하는 동안 그의 중대는 어느새 담에 가까이 다가가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이 일렬횡대를 그대로 담 저쪽으로 옮겨 놓을 수 있을까?’당황한 중대장 링컨은 그때 묘안이 떠올랐다.  그는 목청을 돋워 이렇게 호령했다. “중대 제자리 섯, 일단 해산. 2분 후 담 저편에 일렬횡대로 집합.”대원들은 2분 동안 그 틈 사이로 빠져나가 담 저편에 일렬횡대로 섰다. 그의 지혜였다.

나이가 들면 인생의 경륜이 쌓여 지혜로워진다는 말들을 한다. 80노인이 복숭아나무를 심고 있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사람이‘그 나무에서 복숭아를 따 잡수시기 바라십니까?’라고 물었다. 노인이 삽질을 멈추고 대답했다.

“아닙니다요. 내 나이 80인데 그럴 수가 있나요. 난 평생 복숭아를 즐겨 먹었는데 내가 심은 나무에선 따 먹은 적이 없었죠. 아마 다른 사람들이 나무를 심지 않았더라면 나는 하나도 먹어 보지 못했을 거예요.

그래서 나는 다음 후세들이 내 경우처럼 심지 않고도 먹을 수 있도록 지금 나무를 심는 거죠. 이것이 앞서 나무를 심은 사람들에게 보내는 감사의 정이라고 생각하죠.”

이 얼마나 지혜롭고 소박한 마음씨인가!  이러한 정신자세만 가지고 있다면 이 세상에는 평화가 깃들 것이다. 

내가 이 글을 쓰도록 지목된 것은 아마도 새해를 많이 맞았다는 데에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실낙원을 쓴 밀턴은 이렇게 말했다.

“인생은 얼마나 오래 사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잘 사느냐가 중요하다”.

이 말은 나를 많이 부끄럽게 한다. 잘 산다는 것은 삶의 시간이나 길이가 문제가 아니라, 그 시간의 질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리석게 나만을 위해 살지 않았는지, 남을 진심으로 배려하고 이해하는 자리에 서 보았는지, 스스로를 되돌아본다. 이제부터라도 지혜와 사랑으로 남의 입장에도 서 볼 줄도 알고 진실로 이웃을 귀히 여기며 다독이는 실천을 하리라.

잿빛하늘을 이고 서 있는 겨울 가로수를 본다. 잎이 다 떨어진 빈가지의 순수함과 그 무채색의 고상한 아름다움이 나를 압도한다. 소임을 다 한 홀가분한 여유로움에 사랑마저 느끼게 한다. 임무를 마친 나무의 지혜가 엿보이는 듯, 부럽다.

나도 새해에는 넉넉하고 자유스런 마음으로 글 한 편 정성껏 쓰고 싶다. 세월과 함께 배운 삶의 지혜를 가꾸고 펼치며 풍성한 꿈을 꿀 수 있는 나의 시간들을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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