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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적자허덕 KBS 사정은 딱하지만…국민은 무슨 죄



한국방송공사(KBS)의 수신료 인상 추진 소식에 여론이 들끓고 있다. 인터넷상에서는 "잘 시청하지도 않는 방송사에 왜 내가 힘들게 번 돈을 내야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는 내용의 불만 섞인 글들이 넘친다. 인상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거니와 지금 내고 있는 돈마저 아깝다는 뜻이다. 수신료를 인상하면 차라리 TV를 없애겠다는 목소리마저 나온다.

텔레비전방송수신료는 방송법 제64조에 따라 TV가 있는 집이라면 무조건 징수된다. 월 2500원씩 전기요금과 함께 징수되는데 이중 한국전력에서 떼가는 위탁수수료와 EBS 배분금 70원을 뺀 2300원을 KBS가 가져간다. 지난해 KBS가 받은 수신료는 6705억원으로 전체 재원(1조4566원)의 절반에 가까운 46%를 차지한다.

KBS는 명실상부한 국가기간방송이자 공영방송이 되려면 이 수치를 70%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른바 '수신료 현실화' 주장이다. '상업 광고를 하지 않고 시청료를 주요 재원으로 삼아 공공의 이익을 도모하는 방송을 한다'는 공영방송의 뜻을 짚어본다면 자못 일리가 있는 명분이다.

그러나 시청료를 지불하는 주체인 국민들의 반대 목소리가 거세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KBS 수신료와 전기요금을 분리 징수해달라'는 글이 21만명의 동의를 얻었다. 한마디로 KBS를 공영방송으로 인정하기 어렵고 이에 따라 수신료도 내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KBS의 딱한 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KBS는 2018년 585억원, 2019년 759억원 영업적자를 내는 등 지속적인 경영난으로 허덕이고 있다. 2015년에는 5000억원이었던 광고 수입이 4년 만인 2019년 절반(2500억원)으로 줄어든 게 주요인으로 꼽힌다. 유튜브다, 넷플릭스다, 디즈니다 방송시장은 하루가 멀다 하고 요동치는데 40년째 동결된 2500원의 수신료는 KBS 입장에서는 아쉬울 수 있다.

하지만 벌써 네 번째(2007·2010·2013년) 수신료 인상 시도에서도 선뜻 찬성 의견이 나오지 않는다면 KBS도 국민들 사이에서 왜 지속적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지 깊이 자성해볼 필요가 있다. 직원 2명 중 1명이 1억원 이상 고연봉자로 꼽히는 방만 경영, 정권 맞춤형 보도,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 콘텐츠 전무 등의 지적은 어느 순간부터 KBS 하면 떠오르는 문구들이 됐다. '유튜브 천하'가 된 격변의 방송통신 환경에서 KBS는 쇄신과 혁신의 노력 대신 '고인물'로 안주했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 재허가 심사에서도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KBS1TV 등은 비교적 무난히 심사를 통과했지만 KBS2TV는 재허가 기준 점수인 650점에 미달하는 점수(647.13점)를 받아 3년 조건부 재허가를 받았다. 방통위는 KBS2TV에 방송 콘텐츠의 공공성·공익성을 제고하고 콘텐츠 차별성을 확보하라는 조건 등을 부가했다.

국민들의 수신료 지불 반감 사태에 일조하고 있는 것은 비단 KBS 자체만의 일은 아니다. '한입으로 두말하는' 정치권도 문제다. KBS의 수신료 결정은 방송법 제65조에 따라 KBS이사회의 심의·의결 후 방통위를 거쳐 국회의 승인을 받아 확정된다. 정치권이 KBS의 목줄을 쥐고 있는 셈이다.

앞서 KBS는 2013년 이사회에서 1500원 인상안을 의결하고 2014년 방통위까지 통과했으나 국회의 벽을 넘지 못했다. 당시 결사 반대한 곳이 바로 현재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다. 이제는 '공수'가 바뀐 채 정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셈이다. 공영방송의 '생존'을 위해 수신료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당시 여당은 현재 야당인 국민의힘이다. 

정치권은 여당일땐 '내 편'으로 KBS를 규정하고 수신료 인상을 환영하는 한편 야당일땐 '네 편'으로 보고 반대한다. 국민이 지금까지 수신료를 묵묵히 내온 것은 정치권이 언론의 목줄을 쥐고 재갈을 물려 여론을 호도하라는 것이 아니라 공영방송은 공영방송답게 키우라는 뜻이었을텐데도 말이다.

이러나저러나 불쌍한 건 국민이다. '국민을 위한 공영방송'을 위한 일이라지만 결국 국민은 원치도 않는 돈을 내야할 신세로 전락할 처지다. 국민은 무슨 죄인가.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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