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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01-03 00:06
눈산조망대/ 작심 3시간
 글쓴이 : 시애틀N
조회 : 4,908  

한국일보 시애틀지사 고문


작심 3시간
 

가뿐한 기분으로 을미년 첫날 아침을 맞았다
간밤에 새벽 1시 넘어 집에 돌아와 다섯 시간 밖에 못 잤지만 열 시간쯤 푹 잔 기분이었다. 몸에 땀도 나 있었다. 새 양털이불 덕분이다. 크리스마스 닷새 후에 배달돼온 그 생뚱스런 양털이불은 생각지도 않았던 LA의 옛 친구가 보내준 연말 선물이었다. 사려 깊은 친구가 양띠 해 직전에 맞춰 우송한 게 분명하다.

양털 이불 덕분에 거뜬해진 몸으로 양띠해 신년 산행에 나섰다. 십수년 째 이어온 정초행사다. 주로 골드바의 월레스 폴스 주립공원을 다니다가 근래 가까운 ‘이사콰 동물 3봉’으로 바꿨다.

호랑이해엔 타이거나 쿠거산으로, 뱀띠 해엔 스콱산이나 래틀스네이크에 갔다. 작년에는 거리가 더 가깝고 산행거리도 짧은 린우드의 메도데일 파크(왕복 2마일)로 때웠다.

올해 신년 산행지는 노스 벤드의 마운트 사이(Mt. Si)였다. 푸른 양과는 인연이 없어도 시애틀 산악회가 정한 비공식 신년 산행지였다(공식 신년 산행은 3일 타이거 마운틴에서 있다). 왕복 8마일에 가득고도가 자그마치 3,400피트나 된다. 이 산을 2시간 안에 오르면 워싱턴주 최고봉이자 미국본토 No.2인 눈산(Mt. 레이니어)에 도전해도 좋다는 게 통설이다.

새해맞이 산행의 요체는 신년결의다. 리빙룸 소파에 누워서 뇌까리는 신년결의는 잠꼬대다. 땀 흘리며 산에 올라 떠오르는 태양을 향해 두 주먹을 쥐고 다짐하는 신년결의래야 그나마 오래 간다. 내가 그날 산에 오를 때 시애틀의 매그너슨 공원에선 수천명이 5km를 달린 뒤 얼음같이 찬 워싱턴 호숫물 속으로 뛰어드는 단체 신년결의 행사가 벌어지고 있었다.

마운트 사이는 평소 좀 버겁게 여기는 산이다. 몇 년 전 그 산에서 내려오다가 무릎이 삐끗하는 바람에 거의 5개월간 산행하지 못했었다. 금년 마운트 사이 신년 산행에 기꺼이 참여한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작년 메도데일 파크의 해변에서 맞은 편 올림픽 산을 바라보며 다짐한 신년결의의 약발이 전혀 없었다. 산행 코스가 너무 쉬웠기 때문이다.

내 신년 결의의 상순위에는 ‘체중감량’이 10여년째 요지부동이다. 월레스 폴스 시절엔 체중이 미미하게나마 줄었다

산이 험해서가 아니라 운전에 투자한 시간이 아까워 신년결의도 오래 되풀이 다짐한 탓이다. 주립공원인 그 산은 집에서 거의 2시간 거리다. 코스를 ‘이사콰 3봉’으로 바꾼 뒤 체중이 빠듯하게 현상을 유지했는데 지난해엔 오히려 늘어버렸다.

신년결의의 단골메뉴가 체중감량인 건 나만이 아니다. 작년 미국인들의 신년결의도 체중 감량, 살림 정리정돈, 덜 쓰고 더 많이 저축하기, 생활을 최대한 즐기기, 건강과 날씬한 몸매 유지하기 등의 순이었다. 하지만 68년전인 1947년 갤럽조사에서 밝혀진 미국인들의 신년결의 순위는 기질개선(혈기 다스리기), 인품고양, 금연, 저축확대, 금주(절주) 등이었다.

요즘 미국인들의 체중감량 이유가 아리송하다. 종전처럼(나처럼) 고혈압, 콜레스테롤, 당뇨 따위의 성인병 예방 등 건강증진 도모보다 ‘남의 눈’을 의식한 체중감량이 더 많다고 전문가들은 꼬집는다. 날씬한 사람들은 요리사나 훈련사를 개인적으로 고용하는 부자로 보이는 반면 뚱보들은 패스트푸드나 먹는 빈민 아니면 홈리스로 간주되는 게 요즘 세태란다.

날씨가 기막히게 좋았던 엊그제 신년 산행에 동료회원 17명이 참여했다. 한동안 일행과 떨어져 걸으며 신년결의를 했다. 식사량을 줄이고 군것질을 끊겠다고 다짐했다. 일행이 정상에 도달하는 데 3시간 30분 넘게 걸렸다. 발목까지 빠지는 눈밭에서 떡만두 파티가 벌어졌다. 맛이 기막히게 좋았다. 코펠 주위를 맴돌며 4차례나 먹었다. ‘작심 3시간’이었다.

나의 자조하는 말을 들은 한 동료가 “신년결의까지 할 체중은 아닌데요. 얼마나 더 사신다고…”라며 비아냥했다.

‘귀가 얇은’ 나는 앞부분 말이 더 솔깃했다. 어차피 못 지킬 신년결의라면 ‘얇은 귀 땜질하기’가 낫다는 생각이다. 또 하나 있다. 오늘밤 양털이불을 덮고 쉬면서 내년 빨간 원숭이해(병 신년)에 친구에게 생뚱스런 선물을 보내기로 다짐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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